패러다임전환13: 질그릇교회 교단가입의 가치

김태길 목사

질그릇교회는 지금 12살이다. 그동안 우리 질그릇교회는 한번도 특정교단에 가입된 적이 없었다. 그 이유는초대 목회자이자, 설립자인김현회 목사님이 특별한성경적 가치와 교회관을갖고 계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질그릇교회는 이민교회토양에서 보기 드문 성경적기초를 잘 닦은 독립교회(non-denominational church)이다. 그러나 사람도 나이가먹고 키가 자라면서, 입는 옷과 선호하는생활 양식이 바뀌듯이, 본 교회도 그럴 만한 시기가 되었다.

교회가 어떤 환경과 시기에 민감하여카멜로온처럼 변모하자는 얘기가아니다. 교회는 세상 풍조에 떠 밀려 가서도, 그렇다고 세상의흐름에 무디어도 안 된다. 다만 교회는세상의 빛과 소금이되어야 한다. 세상의빛과 소금이 된다는의미는 우리의 정체성의문제이지, 기능적인 문제는아니다. 그러나 교회는역사적으로 그 시대에맞는 환경과 사람의생활 양식 속에서계속 변모해 왔다. 이것을 우리는 지상교회라고 부른다. 지상교회는 변하는 것과 절대 변하지 않는 것을 공통으로 가지고있다. 교회의 절대 변하지 않는 가치는그리스도의 십자가 복음이다. 그러나 이 복음을담는 그릇은 얼마든지변할 수 있다는것을 기독교 역사가말해준다. 이 “복음을담는 그릇”의 문제는 신학적, 목회적, 정치적 논쟁들을 낳았다. 아니 많은 면에서는사람들의 신학적, 목회적, 정치적 신념이 다름으로인해, “복음을 담는 그릇”의 모양도계속 나뉘어졌다. 이 “복음을담는 그릇”을 필자는 ‘교단’이라고부르고 싶다. 그래서, 질그릇교회가 특정 교단에가입하는 문제를 두고, 어떤 정치적 안정감을가지자는 의미만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 문제는 “지상교회의 한계성”을 교단가입을 통해서조금이나마 극복하자는 의미라고보면 좋겠다. 이런 측면에서 필자는 질그릇교회의 장로교단(고신)가입에 있어서 가치와의미를 크게 두 가지로 간단하게 기술하겠다.

첫째, 교단가입은 신학적 테두리를 갖는다는 의미이다. 필자는“신학”은 결코 “우주적교회”보다 위에 있을 수 없다고전제한다. 여기서 말하는우주적 교회는 하나님께서 본래 계획하신교회의 본연의 모습이며, 믿음의 백성들의 총체적모임을 말한다. 교회의탄생과 자람은 오직 성령하나님의 강권적인 역사아래진행되어 왔다. 그러므로어떤 한 신학적경향이 교회의 본연의모습을 좌지우지할 수 없다. 그런데 오늘날지상교회들의 모습을 들여다보자. 성경이 말씀하는교회의 모습과는 많이 차이가 있다. 그 이유가 뭘까? 그것은바른 신학의 부재에서시작됐다고 말하고 싶다. 바른 신학이란 성경에나타난 하나님의 의도를얼마나 정확하게 밝혀내느냐의 문제이다. 음식의레시피를 얼마나 정확하게했느냐에 따라, 어떤 이는 일반 짜장면을, 어떤 이는 간짜장을, 또 어떤 이는 해물짜장을 만들고서 서로 자기가 레시피대로 만들었다고 우기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떤 레시피도 한 번에 여러가지 다른 음식을 만들도록 안내하지않는다. 하나님은 성경 한 구절에서 다중적의미(polyvalence)를 부여하지 않고, 단일의미(univalence)만 부여하셨다고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에서도 말하고 있고, 칼빈도 그렇게 받아들인다. 그런데 교단마다 신학의성향마다 어떤 곳은 성경의 ‘다중적의미’를 받아들이고, 어떤 곳은 성경의 ‘단일의미’만이 있다고 생각한다. 벌써 이런  한 부분에서조차  설교자가 크게 두 부류로 갈릴 수밖에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 교단의신학의 정체성은 성경을푸는 레시피와도 같다. 그 교단이 가진 그 “레시피”가 진보적이면, 교회의 설교, 예배, 복음전도의 모든 면에서진보적으로 나타날 것이며, 만약 그 “레시피”가 보수적이면 모든 면에서 보수적으로 나타날것이다. 보수와 진보 중 어떤 것이 낫느냐의 주장을 하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신학은 그 교회의 운명을 좌우하는중차대한 “레시피” 역할을한다는 것을 강조하고싶다. 필자는 한국장로교단 중 고신교단에 소속되어있다. 이 교단은 적어도 바른 신학으로 교회의 순결을지키기 위해서 노력해왔다는 측면에서, 오늘날몇몇 교회들이 손쉽게내동댕이 쳐버리는 “성경적교회론”을 그나마잘 간직하고 있다고말 할 수 있다.

둘째, 교단가입은 목회 안정에 도움이 된다. 질그릇교회는 이미 교회갈등을 겪은 바 있다. 필자가 본 교회에 부임할 때는 이미 그것이 외형적으로 잠잠해졌을 때이긴하지만, 남아 있는 교우들 모두는 그 갈등의 시기에 교회가해결점을 찾지 못하는구조적 이유를, 본 교회가 교단에 가입 되 있지 않아 “나홀로” 해결점을 강구하려다 한계를맞이 했다는 분석에공감하는 분위기다. 특정 교단소속이 한 교회의안정을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주변에 교단에 편성된많은 교회들이 여전히종종 내부 갈등을빚고 있는 것이 그것을 말해준다. 그럼에도불구하고, 교단은 소속 교회가 감당하지 못하는어떤 일에 대해서, 중재와 조정 역할을감당한다. 그리고 혹 있을 지 모를 목회자의 도덕적 타락과신학적 변질에 대해서감시자 역할을 하며, 유사시 그것을 권징하고감독함으로써 교회가 어려움에빠지는 것을 방지한다. 뿐만 아니라, 목회자의갑작스런 부재로 인해 교회가 혼란에 빠지는것을 막기 위해 교단은 해당교회에 임시당회장(목회자)을 파송하며, 후임자가 정해질 때까지모든 목회적, 행정적지원을 감당하게 된다.

이렇게 두 가지 정도의 교단가입의 가치에 대해서살펴봤다. 그러나 이런 교단가입의 가치에도 불구하고, 주님의 교회는 교단가입과 무관하게 항상 든든히 서 갈 것이다. 이 기본적인진리를 잊지 말고, 지상교회가 가진 연약성을보완하기 위해, 우리는교단가입이라는 방편을 진지하게고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