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20: 창조5
김태길 목사
4장2항: 하나님께서는 다른 모든 피조물들을 만드신 후에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시되…
돕는 배필 VS 남녀평등
성경이 말씀하는 남자와 여자 사이의 관계는 평등관계인가? 종속적인 관계인가? 이것은 우문(愚問)이다. 사실 성경이 말씀하는 남자와 여자와의 관계는 “평등과 종속” 두 가지 다를 포함한다. 인간존엄이라는 측면에서는 남자와 여자는 평등하다. 그러나 창조질서라는 측면에서는 여자는 남자에게 종속적이다. 성경은 남자가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하나님이 여자를 “돕는 배필”(창2:18, 20)로 창조하셨다. 이것은 아내가 남편에게 종속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창조 질서에 있어서, “남자에게 여자는 종속(subordination)된다”라는 의미가 여자는 남자보다 열등한 존재로 창조되었다고 생각하면 성경적이지 않다.
창조질서에 있어서의 남자와 여자와의 관계를 가장 잘 설명한 사람은 사도 바울이다. 바울은 고전11:3에서 이렇게 가르친다: 각 남자의 머리는 그리스도요 여자의 머리는 남자요 그리스도의 머리는 하나님이시라. 이 말씀을 간단한 도식으로 보면 다음과 같이 될 것이다: 하나님>그리스도>남자>여자.
먼저, 도식 “하나님>그리스도”(그리스도의 머리는 하나님이시라)는 그리스도께서 하나님보다 열등하다는 것을 말하려고 쓴 표현이 아니다. 또한 바울은 그리스도께서 하나님으로부터 태어났다거나 창조되었다라는 주장을 하는 것도 아니다. 바울이 이렇게 쓴 이유는 “그리스도의 성육신을 가리켜 말하는 것”이다. (Life Application New Testament Commentary, edited by Bruce Barton, p. 680).
사실 “머리”라고 표현된 이 단어가 ‘우두머리’ 또는 ‘권위’를 뜻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고, ‘생명의 원천’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만약 ‘생명의 원천’이라는 뜻으로 ‘머리’를 해석한다면 많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이해 되어진다. “그리스도>남자”(각 남자의 머리는 그리스도요)라는 도식 또한 ‘생명의 원천’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그리스도께서 남자를 창조하시는 일에 참여하셨고,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구속으로 모든 신자들에게 새로운 창조로 생명의 원천이 되시기 때문이다. (Barton, p. 680).
그렇다면 “남자>여자”(여자의 머리는 남자요) 또한 ‘생명의 원천’이라는 관점으로 이해하면 좋겠다. 창2:22,“여호와 하나님이 아담에게서 취하신 그 갈빗대로 여자를 만드시고 그를 아담에게로 이끌어 오시니”라는 말씀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므로 고전11:3은 권위주의나 가부장적 질서를 부여하는 구절이 아니다. 성부가 성자를 지배하고, 성자는 남자를, 남자는 여자를 지배한다는 계급체계를 가르치는 것이 이 구절의 목적이 아니라는 말이다. Thomas R. Schreiner는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만약 바울이 여기에서 계급제도를 가르치려고 했다면, 왜 다음과 같은 순서로 쓰지 않았을까 (1) 그리스도의 머리는 하나님이요 (2) 각 남자의 머리는 그리스도요 (3) 여자의 머리는 남자니라. 왜 그러면 바울이 “그리스도의 머리는 하나님이시라”를 맨 마지막에 배치시켰을까? 그것은 바울이 “남자가 여자의 머리 됨” 바로 뒷 부분에“하나님이 그리스도의 머리 됨”을 배치시키므로 “여자에 대한 남자의 권위”라는 것이 여자들의 열등감 또는 남자들의 우월함이라는 의미가 아니라는것을 가르치기 위함이다. (Recovering Biblical Manhood and Womanhood: A Response to Evangelical Feminism, edited by John Piper, Wayne Grudem, p. 130).
그러면 “여자가 돕는 배필로 창조되었다”라는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여자는 남자에게 종속적이다. 그러나 여자는 남자에 비해 열등하지 않고, 남자는 여자에게 우월하지 않다.
그렇다면 여자가 남자에게 종속적이 되는 성경적인 이유가 뭘까? 남자는 하나님의 형상과 영광이고, 여자는 남자의 영광(고전11:7)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자가 남자의 영광이 되는 이유는 이어서 나오는 구절에서 설명하길, “남자가 여자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여자가 남자에게서 났으며, 또 남자가 여자를 위하여 지음을 받지 아니하고 여자가 남자를 위하여 지음을 받은 것”(고전11:8-9)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성경이가르치고 끝내 버리면 세상 모든 남자들이 여자 앞에서 우쭐거릴 것이다.
그러나 성경은 여자 편에도 “한 표”를 던진다. “그러나 주 안에는 남자 없이 여자만 있지 않고 여자 없이 남자만 있지 아니하니라, 이는 여자가 남자에게서 난 것 같이 남자도 여자로 말미암아났음이라…”(고전11:11-12). 남자와 여자 모두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았고 동등한 가치를 가진다. 창1:28의 하나님의 “자연통치명령”이 그것을 말해준다.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창1:28)라고 시작하는 이 명령의 당사자가 “그들”이라는 복수로 표현되었다는 것은, 아담과 하와에게 동일한 사명을 맡기셨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창조질서라는 측면에서는, 하와가 아담에게 종속적이지만, 창조사명이라는 관점에서는, 아담과 하와는 대등한 관계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오늘날 일부 여성인권을 위하는 사람들은 남녀평등이라는 사상을 성경에서 애써 끌어 오려고 한다. 그러나 남녀평등을 주장하기 위해 창1장28절과 고전11장을 사용한다면 원래 하나님이 의도하신 말씀을 훼손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 할 것이다. 그리고 남성우월주의나 가부장적 질서를 성경에서 찾기 위해서 애쓰는 것 역시 옳지 않다. 다만 우리는 에베소서 5장의 가르침에 순종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바로 세워나가는 일임을 기억하자.
“아내들이여 자기 남편에게 복종하기를 주께 하듯 하라. 이는 남편이 아내의 머리 됨이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머리 됨과 같음이니 그가 바로 몸의 구주시니라. 그러므로 교회가 그리스도에게 하듯 아내들도 범사에 자기 남편에게 복종할지니라. 남편들아 아내 사랑하기를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시고 그 교회를 위하여 자신을 주심 같이 하라”(엡5:2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