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18: 창조3
김태길목사
4장1항:성부, 성자 그리고 성령 하나님은 영원한 능력, 지혜, 선하심의 영광을 나타내시기 위해서, 태초에, 무로부터, 세상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보이는 것이든지 혹은 보이지 않는 것이든지, 6일 동안에 창조하시기를 기뻐하셨다. 그리고 모든 것이 심히 좋았다.
성경이 “6일 동안의 창조”를 말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그것을 똑 같은 의미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실제로 창조 시간의 길이에 대한 다양한 이론들이 존재하며, 그것은 대게 합리주의를 바탕으로 한 과학 이론을 뒷받침하기 위한 수단이 되는경우가 보통이다.
학자들의 3가지 견해만 살펴보자.
첫째, 간극이론(간격이론, Gap Creationism, The Gap Theory)이다. 이 이론은 17세기에 시작되어, 20세기 초 세대주의 신학의 교두보가 되었던 스코필드 관주 성경에 의해서 널리 알려졌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창조의 문자적인 24시간으로서의 하루(literal 24-hour days)를 인정한다. 다만 “오래된 지구 창조(Old Earth Creationism)”를 주장하기 때문에,“파괴와 재창조 이론(The Ruin-Restoration Theory)”을 주장한다. 이 이론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창1:1)와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있고…(창1:2)사이에 큰 시간적 간극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이 이론은 2절을 “땅의 파괴”로본다. 그래서 재창조가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이들이 믿는 지구 대파괴의 이유는 성경의 세 구절로부터 출발한다. 사14:3-23, 겔28:11-19, 계12:12에서 추측할수 있는 사탄의 타락이 그 이유라는 것이다. 샌드라 리히터(Sandra L.Richter)는 그의 책에서 이 이론이 주장하는 창1:1-2을 다음과 같이 비꼬아 묘사한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하늘에서 전쟁이 있었으니 사탄과 천사들 삼분의 일이 하나님과 하나님의 천사들을 대적하여 싸우니라 사탄이 전쟁에서 지고 땅으로 떨어지니 그로 인해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 (The Epic of Eden: A Christian Entry into the Old Testament, Inter Varsity Press).
그러나 이 이론을 근거할 만한 성경적인 타당성이 전혀 없고, 이사야, 에스겔, 요한계시록의 기록이 “천상의 반란”이라고 단정짓기에는 여전히 해석의 논란이 끝나지 않은 구절 일뿐더러, 개혁파 진영에서는 그렇게 해석하지 않는 쪽으로 기운지 오래다. 칼빈은 “너 아침의 아들 계명성이여 어찌 그리 하늘에서 떨어졌으며…”(사14:12)를 해석하면서 “이것을 사단으로 보는 사람은 무지의 소치다…‘루시퍼’가 사탄의 왕으로…상상하는 것은 무지의 소치다”(John Calvin Bible Commentaries: Isaiah 1-16, Jazzybee Verlag Jürgen Beck)라고 한 것만 보아도 이 이론의 지지자들이 얼마나 얄팍한 성경해석으로 자신의 이론을 곤고히 하려는지 알 수 있다.
둘째, 날-시대 이론(Day-age Creationism)이다. 이 이론은 “오래된 지구 창조”를 주장한다는 측면에서 “간극이론”과 동일하다. 그러나 이 이론은 창조의 24시간으로서의 하루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는 길을 달리한다.
이 이론은 ‘날’을 뜻하는 성경 히브리어의 ‘욤’(יוֹם)이라는 단어의 해석을 “태양일의 하루”로 보지 않고, 범위가 정해지지 않은 광범위한 “한 시대”를 뜻한다고 본다. 이 이론가들은 “주께는 하루가 천 년 같고 천년이 하루 같다”(벧후3:8)는 구절이 성경 끄트머리 쪽에 끼워져 있다는 데에 고마워 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성경 기자가 ‘욤’을 24시간으로서의 하루로 의도하지 않았다면,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창1:5,8,13,19,23,31)라는 반복문구가 첫째 날(יוֹם)부터 여섯 째날(יוֹם)까지 계속 등장하는 것에 대해 설명할 길이 없다. 만약 성경 기자가 ‘욤’을 수 천만년이 될 수 있는 ‘한 시대’로 은유적인 표현을 사용했다면, 이 ‘욤’이 쓰인 같은 문장에서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또한 은유적으로 썼다고 봐야 한다. 그러면 문학적으로나 언어학적으로 봐도 부자연스런 흐름이 되고, 일관성 있는 해석을 하기란 불가능해진다.
이 이론은 성경해석학적인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본문의 문맥을 무시한다. 이토록 이 이론이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간극이론”과 더불어 이 이론이 하나님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생물학적 진화도 자연스럽게 포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극이론”과 “날-시대이론”은 유신론적 진화론자들이 애용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셋째, 태양일로서의 6일 창조이다. 24시간 개념의 6일 창조가 제일로 삼는 근거 구절은 창세기2:2과 출애굽기20:8-11이다. “하나님이 그가 하시던 일을 일곱째 날에 마치시니 그가 하시던 모든 일을 그치고 일곱째 날에 안식하시니라”(창2:2)는 7일째에 안식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하나님은 출애굽 백성들에게도 자신의 안식을 그대로 지키라고 명령하신다. 그리고 출20:8-11에서는 “엿새 동안”과 “일곱째 날”을 각각 2번씩 번갈아 등장시키면서까지 보여주려는 ‘날’(יוֹם)에 대한 본문의 의도는, 인간이 자신의 일터에서 열심히 하루(יוֹם) 하루(יוֹם)를 보내야 “엿새 동안”을 채울 수 있으며, 결국 마지막 “일곱째 날”에 안식을 맛보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하나님이 창조 활동을 위해서 사용하신 물리적 시간의 길이가 출애굽 백성들에게 지키라고 명령하신 물리적 시간의 길이와 같아야만 창세기 2장과 출애굽기 20장이 연속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나님이 일곱째 날에 쉬신 것이 만약, 은유적으로 긴 시간의 “시대”를 뜻 한다면, 출애굽 백성들에게 7일째에 “아무 일도 하지 말라”라고 명령한 것은 불합리 할 뿐만 아니라 창세기 2장과 출애굽기 20장 사이에 연계성이 현격히 떨어진다. 그러므로 성경은 하나님이 문자적인 의미 그대로 24시간 개념의 6일 동안 만물을 지으셨다고 말하고 있으며, 필자 또한 그렇게 믿는다.
만약 태양일로서의 6일 창조가 사실이라면 아담으로부터 예수님이 오시기까지 약 4000년이 걸렸을 것으로 구약 족보가 말해주며, 그렇게 되면 인류의 역사는 대략 6000년 정도라는 말이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게 된다: “나는 6일 창조를 믿습니다. 그러면 지구의 나이가 45억년 되었다는 과학적 지식은 더 이상 믿지 말아야 하나요?”
이것에 대해 창조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창6-9장의 노아 홍수 사건 때, 엄청난 양의 물이 전 지구의 지층과 지질에 압력을 주었고, 또한 많은 양의 물이 순십간에 이동하면서 퇴적층과 화석을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결국 그 홍수 사건이 지구의 실제나이보다 지질학적 나이가 더 들어 보이게 한 요인이라고 한다.
또 일부는 아담과 동,식물들이 성숙하게 창조된 것 처럼, 지구의 지질학적 나이 또한 성숙된 모습으로 창조되었다고 믿는다.
우리는 지구의 나이에 관한 한 무엇이 정답인지 주님 다시 오실 때까지 알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성경이 그것에 관하여 침묵하기 때문이다. 창세기 1장과 2장은 우주의 나이나 생성과정에 대한 합리적 설명을 주기 위해서 기록되지 않았다. 성경은 인간이 궁금해 할만한 천문학적, 고고학적, 인류학적 질문에 대해 일일이 답하도록 의도된 책이 아니다. 다만 성경의 맨 처음 시작 부분이 보여주는 것은, 하나님은 선하시며 영광 받을 수 밖에 없는 창조주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