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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17: 창조2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17: 창조2

김태길 목사

 

41:성부, 성자 그리고 성령 하나님은 영원한 능력, 지혜, 선하심의 영광을 나타내시기 위해서, 태초에무로부터, 세상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보이는 것이든지 혹은 보이지 않는 것이든지, 6일 동안에 창조하시기를 기뻐하셨다. 그리고 모든 것이 심히 좋았다.

 

    지금부터 6,000년전에 공룡이 인간과 함께 살았다고 하면 당신은 동의 할텐가영화 쥬라기 공원을 보고 자란 세대 중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아담은 대략 6,000년 전에 창조되었지만공룡은 쥬라기(Jurassic period), 즉 적어도 1 5,000만년 전에 살았다고 믿는다. 뭔가 모순되어 보인다. 또 어떤 부류의 그리스도인들은 아담도 진화과정의 일부였다고 믿는다. 이것은 전통적인 기독교 신자들에겐 왠지 경망스럽게까지 들린다그런데 많은 한국 개신교 신자들이 좋아하는 존 스토트가 그의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실 개인적으로 말하자면나는 최소한 진화론의 여러 유형들이 창세기 창조 기사를 반박한다거나, 또는 그것이 창세기 창조기사로 인해 모순된다고 보지 않는다. 이 문제를 토론하는 사람들이 창조진화라는 두 단어가 서로 양립할 수 없다는 가정하에 시작하는 것은 실로 불행한 일이다. 그들은 말하길, 만약 만물이 진화를 통해 존재하게 되었다면, 당연히 성경적창조는 오류이며, 반대로 만약 하나님이 만물을 창조하셨다면, 당연히 진화는 거짓임에 틀림없다고 한다. 이것은 정말 어느 쪽이 오류인지 골라내려는 고지식한 행동일 뿐이다내가 보기엔 진화의 과정은 하나님이 의도적으로 사용하신 창조의 방법일 수 있다는 것을 부정할 만한 어떤 성경적 근거도 없는 것 같다내가 아담과 하와를 역사적인 사실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이 아담 이전의 사람”(pre-Adamic“hominid”)의 여러 형태들이 수천 년 동안 앞서 존재해 왔을 것으로보는 나의 믿음과 대치되지 않는다. 이런 아담 이전의 사람들(hominids)은 문화적으로 진보를 이루기 시작했다. 그들은 동굴에 그림을 그리고 죽은 자를 장사 지냈다하나님은 그 죽었던 “아담 이전의 사람들” 중 하나를 취하여 아담을 창조했을 가능성도 있다. (Understanding the Bible, Zondervan).

 

    존 스토트는 마치 아담 이전에 원시적인 형태의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럼 왜 그가 그렇게 주장하고 있는 걸까? 그는 유신론적 진화론(Theistic Evolution)을 지지하기 때문이다. 물론 유신론적 진화론자들도 하나님이 무에서(out of nothing) 만물을 창조하셨다고 믿는다. 다만 그들은 진화가 인류 창조를 위한 하나님의 계획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개혁파진영의 유신론적 진화론자, 하워드 반 틸(Howard J. Van Till)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나는 하나님이 천지만물에게 자가생성능력과 변형능력을 아주 관대하게 부여했다고 믿는다. 그것은 무생물로부터 생물의 형태로 존재하는 모든 영역에 이르기까지 진화의 과정이 끊임없이 대를 이어갈 수 있는 가능성을 주셨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Three Views on Creation and Evolution, Zondervan, p. 171).

 

    하워드 반 틸은 우주 만물에 하나님의 능력이 충만하게 차 있다고 본다 (The Fully Gifted Creation). 그래서 진화의 과정에 하나님의 충만한 능력이 이미 부여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의 하나님의 특별한 간섭이 필요 없다고 본다. 그러면 여기에서 발생되는 문제는 뭘까? 범신론(pantheism)과 이신론(deism)에 빠질 위험성이다우주 만물에 하나님의 능력이 충만하게 차 있다는 주장은 하나님이 세계 바깥에 계신 별도의 존재가 아니라 세계 자체가 신이라는 범신론과 별 다름이 없는 개념이다. 물론 하나님은 한 그루의 소나무를 통해서도 자신을 일반적으로 계시하신다그러나 소나무의 늠름함을 통해서 하나님의 섭리와 역사를 볼 수 있긴 하나, 그 소나무가 하나님이 될 수는 없다. 범신론은 마치 소나무가 신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럼 이신론의 위험은 뭔가? 이미 자연 만물은 하나님의 충만한 힘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특별한 하나님의 간섭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하나님은 더 이상 세상을 통치보존으로 섭리하지 않으시는 방관자로 전락하게 된다.

 

    그러나 성경은 이신론을 철저히 배격한다. 성경은 하나님이 가축을 위해 풀도 자라게 하시고 사람을 위해 채소도 자라게 하신다고 가르친다 (38:27, 104:14, 6:30). 하나님은 새들도 먹이시고 자라게 하신다 (6:26). 하나님은 지구가 우주공간에서 안정적으로 떠 있도록 잡고 계시며(38:6), 바닷물이 육지로 흘러 넘치지 않도록 가두기도 하시며(38:10), 폭우가 시냇물이 되도록 간섭하신다 (38:25). 하나님은 천둥과 번개가 가는 길을 내시고 (38:25), 북두칠성의 별 떼를 한데 묶으신다 (38:32). 동물의 제왕 사자가 살아가는 것은 이것이 강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이 이를 위해 먹이를 대시고 식욕을 채우시기 때문이다(38:39). 이처럼 하나님은 자신의 피조세계를 일일이 간섭하신다.

 

    유신론적 진화론은 하나님의 소유권과 통치권을 허무는 비성경적 사상이다. 하나님은 창조사역을 시작하시기만 하시고 뒷짐만 지고 계시는 분이 아니다. 1장은 하나님이 만드신 피조물들에게 즉시 이름을 부여하시는 장면을 기록한다 (1:5, 8, 10). 성경에서 하나님이 이름을 부여한다는 의미는 피조물에 대한 소유권과 통치권이 오직 하나님께 있다는 말이다. 천문학자들은 우주에 1028보다 더 많은 별들이 존재할 것이라고 예측한다그런데 하나님은 별의 수효를 다 세고 계실 뿐만 아니라, “그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여 주신다”(147:4, 새번역). 하나님이 이렇게까지 온 우주의 모든 별들에 대한 소유권과 통치권을 행사하신다면, 그 별들이 생성되고, 운행되고, 소멸되는 것 또한 일일이 간섭하시는 것은 지당하다.

 

    유신론적 진화론이 비성경적일 수 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창1장이 모든 생물을 그 종류대로”(1:11, 12, 21, 24, 25)로 창조하셨다고 명시하기 때문이다. 아담은 에덴 동산에서 온갖 좋은 과일과 채소는 다 맛 보았을것이고, 에덴 동산에서 쫓겨난 이후에도 930년을 살면서 오늘날 우리가 먹는 과일, 채소와 다를 바 없이 다양하게 먹을 수 있었을 것이다 (1:29). 또한 아담이 에덴 동산에서 살면서 하루 일과 중 많은 시간을 각종 들짐승과 새의 이름을 짓는데 할애 했을 것이다 (2:19-20). 만약 각종 동물들이 창조된 다섯 째 날과 사람이 창조된 여섯 째 날이 오늘날의 태양일의 24시간으로서의 하루 차이가 나는 것이 맞다면, 아담이 이름 붙여 주었던 각각의 동물들은 생물학적 부모가 존재하지 않는 1세대의 성숙한 몸을 가졌을 것이 분명하다. 만약 동물들이 새끼 상태로 창조되어졌다면 아담은 모든 어린 동물들을 돌보고 키우느라 손이 열 개라도 모자라는 동물원 사육사 신세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매일매일 젖을 줄 어미가 없어서 영양실조에 걸리거나 병들어 죽어가는 동물들이 즐비 했을 것이며, 그것은 곧 하루에도 수많은 종류의 동물들이 멸종할 수 있음을 뜻한다물론 에덴 동산에 죄가 들어오기 전에 동물들의 죽음이 존재했는가에 대한 논쟁은 차치하고서 말이다.

 

    다행히 하나님은 더 이상 젖먹이가 아닌 성숙한 동물과 곤충들이 정상적인 동물의 세계를 자기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푸른 식물을 먹거리로 주셨다 (1:30). 그래서 최초의 1세대 벌들과 나비들은 자신의 하루를 열심히 아름다운 꽃을 찾아 다니며, 꽃의 암술과 수술이 만나 번식하게 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을 것이다. 식물세계를 유지하게 하는 이런 곤충들의 생활습성은 하나님이 창조의 원리로 그것들 안에 본능적으로 작동하도록 심어 주신 것이다. 이 모든 동식물의 세계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은 일주일 안에 모든 생물들이 다 자란 상태에서 창조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왜냐하면 곤충과 지렁이가 없는 식물세계의 증식을 상상할 수 없고, 태양빛이 없는 식물의 생존 또한 불가능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창조는 24시간이 하루인 6일 기간 동안 일어났다고 보는 것이 생태학적으로도 합리적이다.

12/5/2015 10:06:00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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