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다임 전환 7: 영적우정과 영적지도가 살아나는 영적 공동체
김태길 목사
“우리에겐 더 많은 교회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좋은 친구들과 지혜로운 사람들이 서로를향하여 의자를 돌리고 대화하는 영적 공동체가 더 많이 필요한 것이다.”
이 말은 래리 크랩이 한 말이다. 이 말의 핵심은 영적 공동체 안에서는 서로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는 ‘실제적인 관계’가 일어난다라는 것이다. 성경은 이것을 두고 ‘코이노니아’라고 말한다. 크랩은 이런 영적 공동체에 반드시 두 가지의 ‘관계’가 형성된다고 말한다. 영적 우정과 영적 지도가그것이다. 영적 우정은 셀 안에서 보편적으로 일어나야 할 삶의 나눔이다. 반면 영적 지도는 좀더 성숙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이끌어 주는 것이다. 교회는 이 두 가지가다 필요하다.
그런데 ‘영적 지도’와 관련하여 갖는 편견이 있다. 자기 자신을 여전히 영적 지도를 “받아야만”하는 존재로 생각한다라는 것이다. 그 이유의저변에는 교회안의 영적 지도자는 목사 또는 장로 정도는 되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그러나 영적 공동체와관련하여 ‘영적 지도’는 직분과 관련하여 하는 말이 아니라,‘영적 관계’와 관련하여 일컫는 말이다. 관계라는말이 뭔가? 사전적 의미로는 “둘 또는 여러 대상이 서로 연결되어 얽혀있다”라는 뜻이다. 영적 지도는 “서로 연결되어 얽혀 있는” 관계이다.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우리 집에는 4명이 영적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나와아내는 서로 “영적 우정”의 관계라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나와 두 아이들은 “영적 지도”의 관계이다.또한 내 아내와 아이들과의 관계도 똑같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영적 지도의 관계는 두 아이들에게도 형성된다. 큰 아이가 5살 적은 동생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적 지도의 관계에서 ‘이끌어 주는’ 위치에 서게 된다. 큰 아이는 작은 아이와 같은 방을 쓰면서, 부모가 들어 주지 못하는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 상대가 된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끼친다. 그들 만의 방에서 그들은 서로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가 되며, 들어주며, 위로하고, 격려한다. 어쩌면 그들은 “영적 우정”과 “영적 지도”가 동시에 나타난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영역은 서로 분리되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 겹쳐지기도 할 것이다. 이런 관계들이 얽혀서 서로 영적 작용이 일어나는 곳이 바로 셀이다. 이 서로 얽혀 있는 영적우정과영적지도의 관계를 도식으로 그려보자:
앞의 그림은 영적 우정의 관계가 셀 안에서 균등하게 나타난다.그러나 동시에 같은 셀 안에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좀 더 많은 영향력을 줄 수 있다. 이것이 영적 지도이다. 뒤의 그림을 보라. B는D로부터 영적 지도를 받고 있으면서, C에게 영적 지도를 하고 있다.하나의 셀 안에서 영적 우정과 영적 지도가 동시에 얽혀서 일어난다는 말이다.
이것의 개념은 앞서 말한, 언니가 동생을 이끌어 주는 모습으로 이해하면 좋겠다. 이렇게 볼 때, 언니는 동생을 이끌어 주면서도, 동시에 어머니로부터 이끌림을 받는다. 그러므로, 그림에서 B는 언니의 위치로 볼 수 있겠다.
오늘날 신자가 영적 지도라는 개념과 관련하여 가지는 오해와편견은 무엇인가? “나는 항상 지도 받아야 한다.”라는 수동적 개념이다.여러분은 모든 준비가 완벽히 되고, 완전히 성숙했을 때, 결혼을 했는가? 그리고 부모가 될 준비가 충분히 되었을 때, 아이를 낳는가? “예”라고 대답할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영적 공동체도 별반 차이가 없다. 영적 공동체 안에 영적 우정과 영적 지도가 동시에나타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람은 더디게 일어날 것이다.
이제 영적 공동체의 두 가지 중요한 관계 구도를 그리면서주의해야 할 사항이 하나 있다. 영적 지도는 선생과 제자의 개념이 아닌, 결국 이것 또한 “친구와 동역자”의 관계라는 것이다.영적 지도는 광범위하게 보면 영적 우정에 속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빌레몬서1장 첫 두 구절이 어렴풋이 이것을 보여준다. “….바울과 및 형제 디모데는 우리의 사랑을 받는자요 동역자인 빌레몬….편지 하노니” 바울은 딤전1:2에서 디모데를 “믿음 안에서 참 아들”이라고 소개한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형제”라고 표현한다. 바울과 디모데의 관계는 영적 지도의 관계이면서 동시에 영적 우정의 관계라는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이것은 좀 더 확장되어,바울과 디모데가 빌레몬에게 영적 지도를 하면서 이 편지를 쓰는데, 그를 “믿음 안에서 참 아들”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오히려 “우리의 사랑을 받는 자요 동역자”(dear friend and fellow worker)라고표현하는 것을 보면 그들의 관계가 어떠한지 선명해 진다. 바울과 디모데와 빌레몬은 서로 영적 지도를 주고받는 사이이면서, 영적 우정의 관계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나아가서 빌레몬은오네시모를 영적으로 지도해야 하는 영적 아비가 되어야 하는 입장이 된다.
셀은 영적 우정과 영적 지도가 동시에 일어나면서 자라나는영적 공동체이다. 그러면 이제 여러분은 뭘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