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길 목사

한글 고전 번역서 중,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만큼 많은 출판사에서 그것도 여러 버전으로 출판된 것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는 필시 [고백록]이 가지고 있는 신앙적 영향력이 크다는 방증입니다. 기독교 신자들이 읽어야 할 고전 필독서들이 많이 있지만, 나는 평생에 반드시 읽어봐야 할 기독교 고전 5권을 꼽으라면 그 중에 [고백록]을 빼 놓지 않을 것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예수님께서 사셨던 시대보다 300년 후에 태어났습니다. 사도시대와 속사도시대가 지나가고, 수많은 교부들의 황금기가 계속되던 때 아우구스티누스가 그 정점에 있습니다. 사실 바실, 나지안주스의 그레고리, 닛사의 그레고리, 요한 크리소스톰, 암브로시우스, 제롬 같은 교부들이 탄생한 끝 자락에 아우구스티누스가 태어났습니다. 이 모든 교부들은 329년 바실이 태어난 이후, 354년 아우구스티누스가 태어나기 까지 대략 25년 상간에 태어났습니다. 이들은 거의 동시대에 태어나서 동시대에 활동했던 기독교계의 기둥들입니다. 하나님은 이처럼 시대 시대 마다 기독교 교회를 세우실 때,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각 지역에서 학문적, 목회적 거성들이 나오게 하십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신학적, 인문학적, 수학적 지식을 깊이 연마한 사람이면서, 또한 영적, 도덕적 방황의 경험을 맛보았던 사람이었기에 기독교 진리를 그 누구보다 예리하게 꿰뚫는 능력이 있습니다. 또한 그는 마니교라는 이단에 심취했던 경험은 마치 사도 바울이 한때 바리새주의 유대교에 빠져 있었던 것과 비교될 정도로 그의 종교적 열성은 남달랐습니다. 회심 후 그의 본성적 열정은 기독교 진리를 세우는 데 사용됩니다. 그리고 그의 몇몇 작품들은 후세대의 수많은 신자들과 목회자들에게 깊은 영향을 줍니다. 특히 종교개혁가들과 청교도 신학자들의 신학의 맨 밑바탕에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신학사상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는 면면이 흐르고 있습니다. 개혁신앙의 아버지 격인 칼빈 조차도 아우구스티누스의 사상에 상당부분 의존했으며, 기독교강요에서 전반적으로 그 흔적들이 나타납니다.

개혁신앙은 칼빈주의 신앙인데, 그 칼빈주의 신학체계들이 아우구스티누스의 저서들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면, 오늘날 개혁교회들은 그를 개혁신앙의 “할아버지” 정도로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고백록]은 신학적 해안으로 쓰여진 책이라기 보다, 아우구스티누스 개인의 “경건역사”라고 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고백록]은 개인의 사적에 머무르지 않고, 수많은 기독교신자들에게 기독교진리를 알려주고 함께 경험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이 책은 여러분의 신앙생활을 더 풍성하게 해 주는 도우미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