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길 목사
[탁상담화]는 종교 개혁가 마틴 루터의 실제로 가르쳤던 내용을 한데 모아서 만든 책입니다. 이 책은 중세 기독교교리의 “날 것”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로마 카톨릭 입장에서 보면 이 책은 불온서적에 해당되어 거의 다 압수되어 불태워졌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 책을 사악한 무리로부터 신비로운 방법으로 지키셨고, 결국 독일에서 영국으로 건너가 영어로 번역되게 했습니다. 1646년 영문판이 나올 때 제목이 [Table
Talk]였는데,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이 책은 루터가 책을 쓰기 위해 펜을 든 것이 아니라, 그가 실제로 가르치고 대화했던 것을 그대로 글로 옮겨놓은 것입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보면 루터가 직설적인 언어로 쉬우면서도 예리하게 자신의 믿음을 설파하고 있다는 사실이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그러나 이 책은 전혀 조야하지 않습니다. 서론에서 이 책의 편집자가 이렇게 말합니다:
대 종교개혁가의 재능과 성향과 태도를 [탁상담화]만큼 여실히 보여주는 책이 없습니다. 한 시대의 역사를 대하면서 여러 사건과 사상을 제쳐두고 먼저 인격을 주목하여 볼 가치가 있는 개인이 있다면 그가 바로 루터입니다. 역사상 그렇게 거대한 사건들이 그처럼 한 사람의 용기와 지혜와 열정을 축으로 전개된 경우가 없었고, 내면의 고독한 투쟁에 굴하지 않고 서서 자신의 외로운 독방을 역사상 가장 놀랍고 중요한 격변의 거점으로 만든 그의 기질과 개성만큼 연구해 볼 가치가 있는 주제도 드뭅니다. 그는 내면에서 분출되는 힘과 열정에 힘입어 서방 세계를 움켜쥐고 이던 가공할 종교 권력을 공격하고 효과적으로 배척하여 마침내 그것을 무너뜨렸습니다.
이 책의 문체상 특징은 직설적이고 투박하다는 것입니다. 이 책을 몇 장만 대해 보면 금방 느껴집니다. 이 책의 문체가 직설적이고 투박하다고 해서, 루터의 신학적 깊이가 절대 옹달샘처럼 얕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문체는 그의 성경적 지식의 깊이와 묵상의 연륜이 얼마나 진실되고, 성실한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그래서 더욱 현대의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 들게 하는 이유입니다.
칼빈의 작품들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이 번역되고 애용되어서, 사람들의 뇌리에 루터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느낌도 없지 않을 것입니다. 칼빈의 [기독교 강요]가 개혁신앙의 뿌리라면, [탁상담화]는 씨앗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원색적이고 투박하지만 더 이해하기 쉽게 성경이 말씀하는 믿음의 세계를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