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길 목사
“값싼 은혜는 우리 교회의 철천지원수다.” 이 책의 첫 장의 첫 문장입니다. 오늘날 교회가 화려한 백화점의 외형을 갖추는데 혈안이 되어 있으면서도, 정작 그 알맹이는 싸구려 상품으로 가득 찬 빈 껍데기 신앙뿐인 부끄러운 민낯을 질타할 때 가장 많이 쓰여지는 낱말이 “싸구려 또는 값싼”이 되어 버렸습니다.
나와 내가 속한 교회의 부끄러운 모습을 안에서보다 교회 바깥에서 보는 시선이 더 날카롭고 예리하게 지적합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인 본회퍼는 자기가 속한 교회 안의 헐값으로 변해버린 은혜와 진리의 값어치를 촌철살인으로 짚어나갑니다. 그리고 교회 속의 신자가 세상과 철저히 결별하지 않으면서도 “제자행세”하며 종교생활을 해 나가는 “종교적 철면피”에 대해 비판을 서슴지 않습니다.
“우리는 까마귀처럼 값싼 은혜라는 시체의 주변에 모여들었고, 거기서 우리는 예수의 제자직을 말살하는 독을 빨아들였다.”
이런 본회퍼의 심령을 긁는 듯한 필력은 그의 삶이 추운 겨울날 따뜻한 난로가 놓여진 서재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서슬이 시퍼런 나찌의 무자비한 횡포 아래에서도 굴복하지 않고, 자신이 몸소 그리스도의 제자직과 교회의 영적공동체성을 실현했기에 나온 결과물입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회개와 감격과 도전이라는 여러 가지 색깔의 영적 파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는 나 자신 스스로가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생각할 때마다, 이 책을 꺼내 읽습니다. 그러고 나면 마치 “20세기 사도 바울”이 나에게 말하고 있는 듯한 마음의 깊은 울림을 받습니다. 이 시대에 그리스도인이라면 본회퍼의 책 한 권은 섭렵해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그 중 [나를 따르라, 그리스도의 제자직]은 단연 독보적인 책입니다.
자신이 신자이면서 제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 책을 읽어보십시오.
자신이 신자이면서 제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이 책을 읽어보십시오.
자신이 신자인지 제자인지조차 머뭇거려지는 사람 또한 이 책을 읽어보십시오.
그리고 질그릇교회 교인은 무조건 이 책을 읽으셔야 합니다.
이 책을 몇 장 읽다 보면 마음이 울렁거리기 시작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