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23
1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2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 가로 인도하시는도다
3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도다
4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5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차려 주시고 기름을 내 머리에 부으셨으니 내 잔이 넘치나이다
6 내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반드시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살리로다
삼상 15:32-34
32 사무엘이 이르되 너희는 아말렉 사람의 왕 아각을 내게로 끌어 오라 하였더니 아각이 즐거이 오며 이르되 진실로 사망의 괴로움이 지났도다 하니라
33 사무엘이 이르되 네 칼이 여인들에게 자식이 없게 한 것 같이 여인 중 네 어미에게 자식이 없으리라 하고 그가 길갈에서 여호와 앞에서 아각을 찍어 쪼개니라
34 이에 사무엘은 라마로 가고 사울은 사울 기브아 자기의 집으로 올라가니라
요 1:1-9
1 태초에 1)말씀이 계시니라 이 1)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
2 그가 태초에 하나님과 함께 계셨고
3 만물이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으니 지은 것이 하나도 그가 없이는 된 것이 없느니라
4 그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이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라
5 빛이 어둠에 비치되 어둠이 2)깨닫지 못하더라
6 하나님께로부터 보내심을 받은 사람이 있으니 그의 이름은 요한이라
7 그가 증언하러 왔으니 곧 빛에 대하여 증언하고 모든 사람이 자기로 말미암아 믿게 하려 함이라
8 그는 이 빛이 아니요 이 빛에 대하여 증언하러 온 자라
9 참 빛 곧 세상에 와서 각 사람에게 비추는 빛이 있었나니
우리는 종종 거대한 우주에 던져진 고립된 미아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성경은 시간과 공간이 시작되기도 전, 태초의 정적 속에 '말씀(Logos)'이 계셨다고 선포하며 우리를 존재의 원점으로 초대합니다. 이 말씀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만물을 지은 설계도이며, 우리 영혼을 밝히는 참된 빛입니다. 우리가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영원한 목적 속에 지어진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비로소 우리의 방황은 멈추기 시작합니다. 사순절은 이 빛 앞에 서서 우리 안에 자리 잡은 어둠을 직시하고, 우리 존재의 근원인 하나님께로 다시 주파수를 맞추는 시간입니다.
이 영원한 '말씀'은 우리를 멀리서 관조하는 철학적 원리가 아니라, 우리 삶의 구석구석을 돌보시는 '목자'로 다가오십니다. 시편 23편에서 고백하는 목자 하나님은 우리가 의의 길을 걷기 전, 먼저 푸른 풀밭과 쉴 만한 물가로 인도하여 우리의 갈증부터 채워주시는 분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6절에 등장하는 "인자하심이 나를 따르리니"라는 표현입니다. 여기서 '따르다'는 단어는 히브리어로 '추격하다(radaph)'라는 강력한 뜻을 담고 있습니다. 마치 형사가 끝까지 추적하듯, 하나님의 한결같은 사랑이 우리의 평생을 집요하게 뒤쫓아오고 있다는 고백입니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조차 그 추격을 막을 수 없으며, 오히려 그 어둠 속에서 목자의 지팡이와 막대기는 더욱 선명한 위로가 됩니다.
하지만 사순절의 길목에서 우리는 사무엘의 서늘한 칼날 앞에 선 아각 왕의 최후를 동시에 마주해야 합니다. 사울 왕의 불완전한 순종과 타협은 결국 하나님의 준엄한 심판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목자이신 주님의 은혜를 구하면서도, 정작 삶의 중요한 결정 앞에서는 사울처럼 자신의 유익을 계산하며 하나님의 주권을 무시하곤 합니다. 주님의 인자하심이 우리를 추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여전히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는 이유는 그 빛을 알아보지 못하거나 거부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번 주말, 나를 추격해오시는 주님의 사랑 앞에 기꺼이 붙잡히는 용기를 내어보았으면 합니다. 내 삶의 경영권을 내려놓고 그분의 선하심에 온전히 나를 맡길 때, 비로소 우리의 잔은 넘치기 시작합니다.
[함께 드리는 기도]
태초부터 계셔서 저희의 빛이 되어주신 주님, 우주에 던져진 미아처럼 불안해하던 저희의 시선을 거두어 영원한 말씀이신 주님을 보게 하소서.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 같은 현실 속에서도 저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추격해오시는 주님의 신실한 사랑에 감사를 드립니다. 사순절의 여정 가운데 제 안에 남아있는 사울과 같은 불순종을 제하여 주시고, 선한 목자 되신 주님의 인도하심에 온전히 순복하게 하소서. 그늘진 제 영혼의 골짜기에 주님의 참 빛을 비추어 주셔서, 다시금 구원의 즐거움을 회복하고 주님의 집에 영원히 거하는 평강을 누리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