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나눔
[주중 묵상] 복음의 종착역이 되지 마십시오 (행 28:11-16)
사도행전 28:11-16

11   석 달 뒤에 우리는 그 섬에서 겨울을 난 디오스구로라는 이름이 붙은 알렉산드리아 배를 타고 떠났다.

12   우리는 수라구사에 입항하여 사흘 동안 머물고,

13   그 곳을 떠나, 빙 돌아서 레기온에 다다랐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자 남풍이 불어왔으므로, 우리는 이틀만에 보디올에 이르렀다.

14   우리는 거기서 신도들을 만나서, 그들의 초청을 받고, 이레 동안 함께 지냈다. 그런 다음에, 드디어 우리는 로마로 갔다.

15   거기 신도들이 우리 소식을 듣고서, 아피온 광장과 트레스 마을까지 우리를 맞으러 나왔다. 바울은 그들을 보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고, 용기를 얻었다.

16   우리가 로마에 들어갔을 때에, 바울은 그를 지키는 병사 한 사람과 함께 따로 지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장장 20여 년에 걸친 전도 여행 끝에, 노년의 바울이 드디어 로마에 입성합니다. 하지만 그의 모습은 금의환향하는 개선장군이 아니라, 쇠사슬에 묶인 미결수였습니다. 멜리데 섬에서의 석 달, 그리고 이탈리아 반도를 거슬러 올라가는 긴 여정은 지칠 대로 지친 노구(老軀)를 더욱 무겁게 짓눌렀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피온 광장까지 마중 나온 형제들을 보며 용기를 얻은 바울의 눈빛만은 여전히 청년처럼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그가 죄수의 신분을 감수하면서까지 기어이 로마에 온 이유는 단 하나, 로마를 거점으로 삼아 땅끝이라 여겨졌던 '서바나(스페인)'까지 나아가기 위함이었습니다.

바울에게는 평생 타협하지 않는 원칙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그리스도의 이름이 불리는 곳에는 복음을 전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남이 닦아 놓은 편안한 터 위에 집을 짓기보다, 아무도 가지 않은 척박한 땅에 생명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 그의 기쁨이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로마가 세상의 중심이자 모든 길의 종착점이라 여겼지만, 바울에게 로마는 서쪽 끝으로 가기 위한 정거장일 뿐이었습니다. 쇠사슬도, 노년의 육체적 한계도, 죄수라는 신분도 한 영혼을 향해 뻗어 나가는 그의 열정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이 구원의 은혜는 바울처럼 "내가 복음의 종착역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수많은 믿음의 선배들 덕분에 주어진 것입니다. 누군가가 바다를 건너고 산을 넘어 전해준 그 피 묻은 바통이 오늘 우리 손에 쥐어져 있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2026년의 1월을 보내며 우리 자신을 돌아봅시다. 혹시 우리는 받은 은혜에만 만족하며, 내 안에서 복음의 흐름을 멈추게 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흐르지 않는 물은 썩게 마련입니다.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우리를 통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생명의 복음이 흘러갈 때 우리는 가장 건강한 신앙인으로 살 수 있습니다.

[함께 드리는 기도] 사랑의 주님, 누군가의 헌신과 눈물을 통해 제게까지 복음이 흘러오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는 받은 은혜에만 만족하며 그 자리에 고여있지 않았는지 돌아봅니다. 바울처럼 복음의 종착역이 아니라, 생명을 흘려보내는 거룩한 통로가 되게 하소서. 제 안에 영혼을 향한 열정이 식지 않게 하시고, 저를 통해 또 다른 누군가가 예수님을 만나는 기적을 허락해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1/31/2026 8:46:00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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