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 26장 24-32절
24 바울이 이렇게 변호하니, 베스도가 큰소리로 "바울아, 네가 미쳤구나. 네 많은 학문이 너를 미치게 하였구나" 하고 말하였다.
25 그 때에 바울이 대답하였다. "베스도 총독님, 나는 미치지 않았습니다. 나는 맑은 정신으로 참말을 하고 있습니다.
26 임금님께서는 이 일을 잘 알고 계시므로, 내가 임금님께 거리낌없이 말씀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어느 한 구석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므로, 임금님께서는 그 어느 사실 하나라도 모르실 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27 아그립바 임금님, 예언자들을 믿으십니까? 믿으시는 줄 압니다."
28 그러자 아그립바 왕이 바울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짧은 말로 나를 설복해서, 그리스도인이 되게 하려고 하는가!"
29 바울이 대답하였다. "짧거나 길거나 간에, 나는 임금님뿐만 아니라, 오늘 내 말을 듣고 있는 모든 사람이, 이렇게 결박을 당한 것 외에는, 꼭 나와 같이 되기를 하나님께 빕니다."
30 왕과 총독과 버니게 및 그들과 함께 앉아 있는 사람들이 다 일어났다.
31 그들은 물러가서 서로 말하였다. "그 사람은 사형을 당하거나, 갇힐 만한 일을 한 것이 하나도 없소."
32 그 때에 아그립바 왕이 베스도에게 말하였다. "그 사람이 황제에게 상소하지 않았으면, 석방될 수 있었을 것이오."
2025년의 마지막 주간을 보내며 우리는 지나온 시간의 명암을 되돌아봅니다. 한 해 동안 우리를 얽어맸던 수많은 상황과 한계들 앞에서, 과연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웠습니까? 오늘 본문 속의 바울은 세상의 시선으로는 가장 비참한 죄수였으나, 영적으로는 그 누구보다 자유로운 존재로 우리 앞에 서 있습니다.
복음의 핵심인 부활을 증언하는 바울을 향해, 로마 총독 베스도는 "네가 미쳤구나! 너의 많은 학문이 너를 미치게 하였다"라고 소리칩니다. 이성의 합리성과 로마의 권력으로 무장한 베스도의 눈에, 죽은 자의 부활을 믿고 전하는 바울은 광인(狂人)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역사는 종종 시대를 앞선 진리가 당대에는 '광기'로 취급받곤 했던 사례를 보여줍니다. 19세기 헝가리의 의사 이그나츠 제멜바이스가 그러했습니다. 그는 산모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산욕열의 원인이 의사들의 씻지 않은 손에 있음을 발견하고 '손 씻기'를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당대의 권위 있는 의학계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고, 그를 비과학적인 미신을 쫒는 미치광이 취급하여 정신병원으로 내몰았습니다. 제멜바이스가 생명을 살리는 진리를 보았기에 핍박받았던 것처럼, 바울 역시 죄와 사망을 이기는 영원한 생명의 실재를 보았기에 세상 법정에서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그 조롱 앞에서 조금도 위축되지 않습니다. "베스도 총독님, 나는 미치지 않았습니다. 나는 맑은 정신으로 참말을 하고 있습니다." 바울의 이 대답은 2025년을 마무리하는 우리에게 중요한 도전을 던집니다. 세상은 눈에 보이는 성공과 지위, 숫자로 증명되는 결과물만이 '제정신'이고 합리적인 삶이라 말합니다. 그러나 믿음의 눈으로 하나님 나라라는 영원한 현실을 보는 우리야말로 가장 '맑은 정신'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붙들고 있는 복음은 세상의 유행이나 잣대에 따라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명확한 진리이기 때문입니다.
이어진 바울의 변론은 재판정의 역학 관계를 완전히 뒤집어 놓습니다. "그리스도인이 되게 하려느냐"는 아그립바 왕의 비아냥거림에, 바울은 쇠사슬에 묶인 채 이렇게 선포합니다. "짧거나 길거나 간에, 나는 임금님뿐만 아니라 오늘 내 말을 듣고 있는 모든 사람이, 이렇게 결박을 당한 것 외에는, 꼭 나와 같이 되기를 하나님께 빕니다."
이것은 단순한 자기 변호가 아닙니다. 죄수의 신분인 바울이 화려한 권세로 치장한 왕과 총독을 향해 오히려 '나처럼 되라'고 축복하는, 영적 대역전의 순간입니다. 바울은 자신의 손목에 채워진 쇠사슬을 부끄러워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복음이 주는 참된 자유와 생명이 없는 왕과 총독의 영적 빈곤함을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는 환경에 매인 죄수였으나, 영혼은 그 누구보다 자유로웠습니다. 반면 왕과 총독은 겉으로는 자유로웠으나, 실상은 세상의 권력과 체면, 죄의 노예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2025년을 보내며 혹시 지난 한 해의 실패나 아쉬움, 풀리지 않는 문제들이 여전히 여러분의 마음을 '결박'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세상은 우리의 부족한 조건을 보고 "너는 실패했다"고, "너는 어리석다"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바울이 가졌던 그 '맑은 정신'과 '겸손한 당당함'을 회복하십시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이미 죄와 사망의 법에서 해방된 하나님의 자녀입니다.
다가오는 2026년, 우리를 묶고 있는 환경의 사슬에 집중하기보다 우리 안에 있는 복음의 능력을 바라보시길 바랍니다. 세상이 이해하지 못하는 진리를 품고, 세상이 줄 수 없는 평안을 누리며, 도리어 세상을 향해 "당신들도 나처럼 예수 안에서 참된 행복을 누리길 원합니다"라고 축복할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의 부자들이 되십시오. 2025년의 끝자락, 우리 모두가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죄수였던 바울처럼, 어떤 형편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거룩한 자존감으로 새해를 맞이하시길 소망합니다.
[함께 기도할 제목]
세상이 우리의 믿음을 어리석다 조롱할 때, 주눅 들거나 흔들리지 않게 하시고, 복음 안에서 얻은 영원한 생명과 자유의 가치를 확신하며 '겸손한 당당함'으로 살아가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