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 22장 30절 - 23장 35절
30 이튿날 천부장은 무슨 일로 유대 사람이 바울을 고소하는지, 그 진상을 알아보려고 하였다. 그래서 그는 바울의 결박을 풀어주고, 명령을 내려서, 대제사장들과 온 의회를 모이게 하였다. 그리고 그는 바울을 데리고 내려가서, 그들 앞에 세웠다.
1 바울이 의회원들을 주목하고 말하였다. "동포 여러분, 나는 이 날까지 하나님 앞에서 오로지 바른 양심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2 이 말을 듣고, 대제사장 아나니아가 곁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바울의 입을 치라고 명령하였다.
3 그러자 바울이 그에게 말하였다. "회칠한 벽이여, 하나님께서 당신을 치실 것이오. 당신이 율법대로 나를 재판한다고 거기에 앉아 있으면서, 도리어 율법을 거슬러서, 나를 치라고 명령하시오?"
4 곁에 서 있는 사람들이 말하였다. "그대가 하나님의 대제사장을 모욕하오?"
5 바울이 말하였다. "동포 여러분, 나는 그가 대제사장인 줄 몰랐소. 성경에 기록하기를 '너의 백성의 지도자를 욕하지 말아라' 하였소."
6 그런데 바울이 그들의 한 부분은 사두개파 사람이요, 한 부분은 바리새파 사람인 것을 알고서, 의회에서 큰소리로 말하였다. "동포 여러분, 나는 바리새파 사람이요, 바리새파 사람의 아들입니다. 나는 지금, 죽은 사람들이 부활할 것이라는 소망 때문에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7 바울이 이렇게 말하니, 바리새파 사람과 사두개파 사람 사이에 다툼이 생겨서, 회중이 나뉘었다.
8 사두개파 사람은 부활도 천사도 영도 없다고 하는데, 바리새파 사람은 그것을 다 인정하기 때문이다.
9 그래서 큰 소동이 일어났다. 바리새파 사람 편에서 율법학자 몇 사람이 일어나서, 바울 편을 들어서 말하였다. "우리는 이 사람에게서 조금도 잘못을 찾을 수 없습니다. 만일 영이나 천사가 그에게 말하여 주었으면, 어찌하겠습니까?"
10 싸움이 커지니, 천부장은, 바울이 그들에게 찢길까 염려하여, 군인더러 내려가서 바울을 그들 가운데서 빼내어, 병영 안으로 데려가라고 명령하였다.
11 그 날 밤에 주님께서 바울 곁에 서서 말씀하셨다. "용기를 내어라. 네가 예루살렘에서 나의 일을 증언한 것과 같이, 로마에서도 증언하여야 한다."
12 날이 새니, 유대 사람들이 모의하여, 바울을 죽이기 전에는 먹지도 마시지도 않겠다고 맹세하였다.
13 이 모의에 가담한 사람은 마흔 명이 넘었다.
14 그들이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에게로 가서 말하였다. "우리는 바울을 죽이기 전에는 아무 것도 입에 대지 않기로 굳게 맹세하였습니다.
15 그러니 이제 여러분은 의회와 짜고서, 바울에 관한 일을 좀더 정확하게 알아보려는 척하면서, 천부장에게 청원하여, 바울을 여러분 앞에 끌어내어 오게 하십시오. 우리는 그가 이 곳에 이르기 전에 그를 죽여버릴 준비를 다 해 놓았습니다."
16 그런데 바울의 누이의 아들이 이 음모를 듣고, 서둘러 가서, 병영으로 들어가, 바울에게 그 사실을 일러주었다.
17 그래서 바울은 백부장 가운데 한 사람을 불러 놓고 말하였다. "이 청년을 천부장에게 인도해 주십시오. 그에게 전할 말이 있습니다."
18 백부장이 그를 데리고 천부장에게로 가서 말하였다. "죄수 바울이 나를 불러서, 이 청년이 대장님께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하면서, 데려다 달라고 부탁해서 데려왔습니다."
19 천부장이 청년의 손을 잡고, 아무도 없는 데로 데리고 가서 물어 보았다. "내게 전할 말이 무엇이냐?"
20 그가 대답하였다. "유대 사람들이 바울에 관해서 좀더 정확하게 캐물어 보려는 척하면서, 내일 그를 의회로 끌어내어 오게 해달라고 대장님께 청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21 그러니 대장님은 그들의 말에 넘어가지 마십시오. 바울을 죽이기 전에는 먹지도 마시지도 않겠다고 맹세한 사람이, 마흔 명 남짓 매복하여 바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들은 지금 준비를 다 하고, 대장님에게서 승낙이 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22 천부장은 그 청년에게 "이 정보를 내게 제공하였다는 말을 아무에게도 하지 말아라" 하고 당부한 뒤에, 그를 돌려보냈다.
바울을 벨릭스 총독에게 호송하다
23 천부장이 백부장 두 사람을 불러서 명령하였다. "오늘 밤 아홉 시에 가이사랴로 출발할 수 있도록, 보병 이백 명과 기병 칠십 명과 창병 이백 명을 준비하여라.
24 또 바울을 벨릭스 총독에게로 무사히 호송할 수 있도록, 그를 태울 짐승도 마련하여라."
25 그리고 천부장은 이렇게 편지를 썼다.
26 "글라우디오 루시아는 삼가 총독 벨릭스 각하께 문안드립니다.
27 이 사람은 유대 사람들에게 붙잡혀서, 죽임을 당할 뻔하였습니다. 그런데 나는 그가 로마 시민인 것을 알고, 군대를 거느리고 가서 그를 구해 냈습니다.
28 유대 사람들이 무슨 일로 그를 고소하는지를 알아보려고, 나는 그들의 의회로 그를 데리고 갔습니다.
29 나는 그가 유대 사람의 율법 문제로 고소를 당하였을 뿐이며, 사형을 당하거나 갇힐 만한 아무런 죄가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30 그런데 이 사람을 해하려고 하는 음모가 있다는 정보를 듣고서, 나는 당장에 그를 총독님께로 보내는 바입니다. 그리고 그를 고발하는 사람들에게도, 그에 대한 [일을] 각하 앞에 제소하라고 지시하여 두었습니다."
31 군인들은 명령을 받은 대로 바울을 넘겨받아서, 밤에 안디바드리로 데려갔다.
32 그리고 이튿날, 기병들에게 그를 호송하게 맡기고, 그들은 병영으로 돌아왔다.
33 기병들이 가이사랴에 이르러서, 그 편지를 총독에게 전달하고, 바울도 그 앞에 데려다가 세웠다.
34 총독은 그 편지를 읽고 나서, 바울에게 어느 지방 출신인가를 물어 보았다. 총독은, 바울이 길리기아 출신인 것을 알고
35 "그대를 고소하는 사람들이 도착하면, 그대의 말을 들어보겠네" 하고 말한 뒤에, 그를 헤롯 궁에 가두고 지키라고 명령하였다.
산헤드린 공회에서의 격렬한 논쟁 이후, 바울을 향한 유대인들의 증오는 극에 달합니다. 40명이 넘는 암살단이 조직되어 바울을 죽이기 전에는 먹지도 마시지도 않겠다고 맹세하고, 종교 지도자들과 공모하여 치밀한 살해 계획을 세웁니다. 인간적인 눈으로 볼 때, 바울은 종교재판과 암살 위협이라는 이중고 속에 갇혀 피할 길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것처럼 보입니다. 복음의 여정은 여기서 멈추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바로 이 순간,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이 거대한 음모는 이름 모를 '바울의 조카'라는 한 청년을 통해 우연처럼 드러나고, 이 정보는 백부장을 거쳐 천부장에게 신속하게 전달됩니다. 바울의 로마 시민권과 자신의 정치적 책임을 인지한 이방인 천부장은, 도리어 470명(보병 200, 기병 70, 창병 200)이라는 대규모 군대를 동원하여 한밤중에 바울을 총독 벨릭스가 있는 가이사랴로 호송하는 '보호자'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인간의 가장 악한 계획이, 오히려 하나님께서 바울을 로마로 보내시려는 가장 안전한 길을 여는 도구가 된 것입니다.
이 사건은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의 본질을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선교는 한 명의 위대한 사도가 이끌어가는 인간의 사역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친히 시작하시고 주관하시는 거대한 드라마입니다. 무대 위에는 바울과 암살단, 천부장과 군인들이 보이지만, 무대 뒤에서 이 모든 것을 당신의 뜻대로 움직이시는 분은 바로 하나님이십니다. 우리의 삶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때로 혼돈과 위협 속에서 길을 잃은 듯 보일지라도, 우리는 여전히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선하신 계획과 그분의 선교 이야기 안에 있음을 신뢰해야 합니다.
관객석에서 오케스트라 연주를 볼 때, 우리는 각 악기 연주자들의 화려한 연주에 집중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모든 소리를 하나의 아름다운 교향곡으로 만드는 보이지 않는 힘은 바로 지휘자의 손끝에서 나옵니다. 바이올린, 첼로, 트럼펫, 팀파니가 각기 다른 소리를 내며 때로는 불협화음처럼 들릴지라도, 지휘자의 악보와 지휘봉 아래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룹니다. 우리의 삶과 세상의 역사 속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들(연주자들)은 때로 혼란스럽고 무질서해 보이지만, 하나님이라는 위대한 지휘자는 그 모든 것을 통해 당신의 뜻이라는 위대한 교향곡을 완성해 가고 계십니다.
[함께 기도할 제목]
제 삶의 모든 순간이 주님의 주권 아래 있음을 고백합니다. 이해할 수 없는 악과 혼돈 속에서도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선교를 신뢰하게 하시고, 제 삶을 온전히 주님께 맡겨 당신의 도구로 쓰임 받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