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나눔
주중 인사를 위한 묵상 (7/12) - 사도행전 14장 8-20절

나는 신이 아니다


성경 본문: 사도행전 14:8-20

8   루스드라에 발을 쓰지 못하는 지체장애인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는 나면서부터 못 걷는 사람이 되어서, 걸어본 적이 없었다.


9   이 사람이 바울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 바울은 그를 똑바로 바라보고, 고침을 받을 만한 믿음이 그에게 있는 것을 알고는,

10   큰 소리로 "그대의 발로 똑바로 일어서시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그는 벌떡 일어나서, 걷기 시작하였다.

11   무리가 바울이 행한 일을 보고서, 루가오니아 말로 "신들이 사람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내려왔다" 하고 소리 질렀다.

12   그리고 그들은 바나바를 제우스라고 부르고, 바울을 헤르메스라고 불렀는데, 그것은 바울이 말하는 역할을 주로 맡았기 때문이다.

13   성 바깥에 있는 제우스 신당의 제사장이 황소 몇 마리와 화환을 성문 앞에 가지고 와서, 군중과 함께 두 사람에게 제사를 드리려고 하였다.

14   이 말을 듣고서, 바나바와 바울 두 사도는 자기들의 옷을 찢고, 군중 가운데로 뛰어 들어가서 외치면서,

15   이렇게 말하였다. "여러분, 어찌하여 이런 일들을 하십니까? 우리도 여러분과 똑같은 성정을 가진 사람입니다. 우리가 여러분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은, 여러분이 이런 헛된 일을 버리고,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만드신, 살아 계신 하나님께로 돌아오게 하려는 것입니다.

16   하나님께서는 지나간 세대에는 이방 민족들이 자기네 방식대로 살아가게 내버려 두셨습니다.

17   그렇지만 하나님께서 자기를 드러내지 않으신 것은 아닙니다. 곧 하늘에서 비를 내려 주시고, 철을 따라 열매를 맺게 하시고, 먹을거리를 주셔서, 여러분의 마음을 기쁨으로 가득 채워 주셨습니다."

18   두 사도는 이렇게 말하면서, 군중이 자기들에게 제사하지 못하게 겨우 말렸다.

19   그런데 유대 사람들이 안디옥과 이고니온에서 거기로 몰려와서 군중을 설득하고, 바울을 돌로 쳤다. 그들은 바울이 죽은 줄 알고, 그를 성 밖으로 끌어냈다.

20   그러나 제자들이 바울을 둘러섰을 때에, 그는 일어나서 성 안으로 들어갔다. 이튿날 그는 바나바와 함께 더베로 떠났다.



루스드라에서 바울은 나면서부터 걷지 못하던 사람을 믿음으로 일으키는 놀라운 기적을 행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능력을 드러내기 위한 이 표적은 곧바로 사람들의 오해를 낳습니다. 이적을 목격한 군중은 바울과 바나바를 각각 헤르메스와 제우스라 칭하며, 그들을 인간의 모습으로 내려온 신으로 숭배하려 합니다. 한순간에 그들은 복음의 선포자에서 이교 제의의 대상이 될 위기에 처합니다.

이때 바울과 바나바의 반응은 단호하고 절박했습니다. 그들은 옷을 찢으며 군중 속으로 뛰어들어 "우리도 여러분과 똑같은 성정을 가진 사람입니다!"라고 외칩니다. 그들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영광과 숭배를 단호히 거부하며, 그 영광의 방향을 '헛된 일'에서 '살아 계신 창조주 하나님'께로 돌려놓으려 애씁니다. 이것은 자신을 신격화하여 사람들을 미혹하는 거짓 종교 지도자들과 정반대의 모습이며, 참된 신앙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이 사건은 우리 안에 도사리고 있는 가장 근원적인 죄, 곧 '신이 되려는 욕망'을 폭로합니다. 사람들은 스스로 신처럼 군림하려 하거나, 반대로 인간을 신처럼 숭배함으로써 그 욕망을 대리 충족하려 합니다. 군중이 바울을 신으로 숭배하다가, 곧이어 유대인들의 선동에 넘어가 돌로 치는 모습은 인간 숭배가 얼마나 허망하고 위험한지를 보여줍니다. 참된 신앙은 바로 이 교만한 욕망의 실체를 깨닫고, 날마다 "나는 신이 아니다"라고 고백하며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만 돌려드리는 것입니다.

로마 제정 시대 후기로 갈수록 황제들은 스스로를 '주와 신'(Dominus et Deus)이라 칭하며 자신을 숭배하도록 강요했습니다. 제국은 황제 숭배를 통해 사상적 통일을 꾀하려 했고, 이는 초기 기독교인들에게 가장 큰 시험대가 되었습니다. 그들에게 황제에게 향을 피우는 행위는 단순히 통치자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을 넘어, 사람을 하나님 자리에 올리는 우상숭배였습니다. 수많은 기독교인들은 "우리도 똑같은 사람입니다"라는 바울의 외침처럼, 황제의 신성을 부인하고 오직 하나님께만 영광을 돌려야 한다는 믿음 때문에 순교의 길을 택했습니다. 이는 신이 되려는 인간의 욕망과 그것을 단호히 거부하는 신앙의 대립을 역사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우리 안에 숨어있는, 하나님처럼 높아지려는 교만한 욕망을 성령의 빛으로 비춰주시고, 날마다 자신을 부인하며 오직 살아계신 창조주 하나님께만 영광 돌리는 참된 예배자로 살게 하소서.
7/12/2025 5:43:00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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