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속 한가운데 서서
가을 속 한가운데 서서
평온(平穩)한 햇살 속에 파고드는
곤 비(困 憊)한 소리를 듣는다.
우리에게는 아직
풍요(豊饒)한 계절만큼
확실(確實)한 성숙(成熟)함이 못 미치는 갈급(渴急)함으로
목이 마르다.
걱정되는 일이 많은
미숙아(未熟兒)의 모습 속 평강(平康)처럼
편안(便安)하지가 않다.
어그러진 길을 찾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고
사랑의 의미(意味)를 부여하며
바르게 사는 삶이 흔하게 보이지 않는다.
온 땅이 황 무(荒蕪)하게 되어도
개의(介意)치 않는 사특(邪慝)한 사람들에게 감염될까 불안하다.
비루(鄙陋)하고
가증(可憎)한 강 퍅(剛 愎) 함과
무리지어 악을 행하는 세력들의
치졸(稚拙)한 싸움으로 인하여
민족의 혼(魂)이
초개(草芥)같이 무너져 흩어질까 너무 두려워 진다.
성큼 와 있는 계절은
일호(一毫)의 차질이 없는데
아직 정리되지 않은 혼돈(混沌)이
그대로 머물러 있다.
얼마나,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정결(精潔)하게 될 것인가
땅에 엎드려 애통(哀痛)하며
가슴을 찢는 기도를 하면 될 것인가.
눈물과 부끄러움의 폐허(廢墟)를 만들면서
소리치며 싸우는 망국 행위(亡國 行爲)의 소리를
오늘도 또 듣는다.
많은 사람들을 절망(絶望)하게 하고
활력(活力)을 위축(萎縮) 시키는 이기주의(利己主義)와
질서(秩序)를 파괴(破壞)하며
야욕(野慾)을 채우려 행동하는
망국집단(亡國 集團)을 장사(葬事)지내는 소리를 듣고 싶다.
사랑을 하는 자는 위대(偉大)하다.
사랑 한다는 것은 기적(奇蹟)을 이루는 것이다.
사랑은 내가 살기위하여 하는 것이 아니고 희생(犧牲)하는 것이다.
희생(犧牲)하는 기쁨으로 불태우는 삶을 사는 것이다.
은둔(隱遁)하여 슬퍼하며 부르짖는 애곡(哀哭)의 소리가 아니다.
가슴속에 무럭무럭 커가는 꿈을 불태우기 위한 불쏘시개의 삶이다.
솟구쳐 올라오는 장엄(莊嚴)한 태양(太陽)을 바라보며
우리에게 남은 날들이 얼마인가 헤아려 본다.
우리생명이 다하는 날이 언제일지 모르지만
돌아 올 가을의 길목엘랑 시원한 바람이 불어다오
마음 그득히 싱싱한 삶을
씨근거리며 함께 살도록 불어다오
올 가을이 주는
깨달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正 默 金 賢 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