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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구
통쾌한 눈물

통쾌한 눈물

 

연암 박지원이 쓴 '열하일기' 속에 '호곡장론(好哭場 論)'이라는 유명한 글이 나온다. 요동 벌 벌판에 첫발을 내디딘 연암 박지원이 끝없이 펼쳐진 벌판을 보며 내지른 일성이 과연 좋은 울음 터다. 한바탕 울만 하구나" 였다.

그 내용을 보면 가슴 속에 답답하게 쌓인 것을 풀어내는 데는 울음보다 직접적인 것이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게 말을 하면서 연암은 우리나라에서는 금강산 비로봉 꼭대기와 황해도 장연의 금사 산(金沙 山) 정도가 한바탕 통쾌하게 울만한 곳이라고 덧붙였다.

일주일을 계속 걸어가도 지평선에서 해가 떠서 지평선으로 해가 진다는 요동 벌의 드넓은 들판 같은 것을 찾아보기 힘든 조선 땅에 갇혀,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신분으로 나뉘고 동, , 남 북, 노론, 소론의 사색당쟁으로 갈라져 아웅 대며 살다가, 비로소 광활한 세상으로 나아가는 설렘과 기대를 연암 박지원은 이렇게 요동 벌의 한 울음에 담아냈다.

한국정치의 암울함과 답답함을 보면서 1970 년대에 일본에 가서 경영 컨설턴트 전문 과정을 이수하기위해 공부할 때 경험한 일이 생각난다.

강의를 듣고, 쓰고, 이해하고, 외우며 실습하는 과정에서 일본어의 이해력과, 미묘한 감정의 교류와, 심한 경쟁을 극복하느라고 온통 견딜 수 없는 고통으로 고생한 적이 있다.

일본 학생 44명과 한국인은 나 하나 밖에 없는 44:1의 경쟁이었는데, 정말로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친절을 베푸는 것 같으면서도 심한 인종차별을 하던 일본인들의 이중성으로 생지옥 같은 과정을 극복하면서 나와의 싸움을 이겨내면서 스트레스로 가득 찬 생활 이었다.

결국은 중도포기를 할 수 밖에 없다고 결심을 하고 그들의 지독한 우월의식 때문에 받은 감정의 상처를 보상받기 위해서는 그들이 민족의 영산으로 생각하는 후지 산 정상을 내 발로 밟아버리는 것이 일본 전체를 밟아 이기는 것이라는 엉뚱한 보복감정으로 9월 이후에는 전문 등산 인이 아니면 등정할 수 없는 10월에 정식 허가를 받고 후지 산을 올라갔다.

결국 3800 미터의 정상까지 악전고투 끝에 초죽음이 되어 정상을 밟았다.

그 순간 우리나라가 있는 서쪽하늘을 바라보면서 영하 20도의 추위도 아랑곳 하지 않고 그동안 맺혔던 서러움이 울음으로 폭발하여 한참을 통곡 하다 보니 모든 스트레스가 시원하게 해결되고 통쾌한 감정으로 변화한 모습이 되었다.

그리고 그들을 이기는 방법은 실력으로 이겨야 한다는 일념으로 다시 공부를 시작하여 좋은 성적은 아니지만 중간정도의 성적으로 졸업을 하게 되었던 경험을 했다. 진정 코 통쾌한 눈물을 흘리며 한번 실컷 울고 싶다.

 

정 묵(正 默)

 

 

11/1/2015 6:24:00 PM

1 개인 의견이...
1.
장로님께 언젠가 들어본 이야기라 더 반갑네요. 글 잘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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