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조화와 화음을
내가 태어나서 어린 시절을 보낸 시골집 안마당은 봄부터 가을까지 각종 꽃으로 어울리던 생각이 난다.
할머니께서 유난히 꽃을 좋아해서 심고 가꾸셨기 때문이다. 봄이 되기가 무섭게 동쪽 울타리는 샛노란 개나리를 비롯하여 진달래와 살구꽃과 앵두나무와 매화가 어울려 앙 상불 을 이룬다.
봄이 점점 무르익어 가면 우리 집 뒤꼍 울타리에는 아카시아 꽃이 피고 주위가 온통 아카시아 향으로 가득해 진다.
그리고 안마당 안은 채송화, 분꽃, 봉숭아, 백일홍, 백합, 칸나, 튤립, 목련, 과꽃, 국화, 등이 이른 봄부터 늦은 가을까지 안마당 가득히 조화를 이루고 특히 백합꽃이 뿜어내는 백합 향은 가히 일품이었다. 가을엔 집 주변이 온통 코스모스 일색이다.
이제 그 시절을 생각하면서 그 당시의 할머니의 나이만큼 다 늙어버린 지금 가장 그리움은 할머니의 모습이다. 또 할머니께서 열심히 가꾸시고 아름답게 꾸미시던 안마당 꽃들과 그 시골집이다. 그리고 거기서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의 향수이다.
그야말로 서로 잘 어울리어 모순되거나 어긋남이 없는 조화와 화음 이었고, 그것은 평화였고, 아름다움이었고, 선(善) 이었으며, 사랑을 이루는 가치가 있었다.
잘 어울리는 색(色)갈의 조화였으며 듣고 싶은 아름다운 소리(音)의 조화, 즉 화음이었다. 우리가 늘 추구해야 할 가치는 과거를 거울삼아 현재와 미래가 균형 있게 공존하며 젊음과 늙음이 알맞게 섞이는 조화이다.
지나친 늙음 속 에는 젊음을 수혈해야 하고 지나친 젊음 속에는 경륜이 함께 공존하여 지혜를 이루는 사랑의 수고가 있어야 한다.
빅토르 위고(Victor Marie Hugo, 1802-1885)는 프랑스의 낭만주의 문학의 거장이며 프랑스가 자랑하는 예술가이다.
그는 풍부한 상상력, 넘쳐흐르는 감정, 인간애에 넘치는 휴머니즘 사상으로 평생을 일관하는데 그가 쓴 유명한 작품 “레미제라불”은 우리에게는 너무 친근한 문학작품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자베르와 같은 인간성은 인간적으로는 정말 무섭게 완벽한 인간성이다. 빈틈없는 완벽성으로 인생을 살지만 결국 그의 인생에 진정한 인간애를 체험한 후에는 완벽한 정의로움에 평생을 살았던 그의 인생의 과거로 인한 갈등과 깊은 심연에 빠진 후 자살을 하고 만다.
자베르 같은 부루투스적 인간성, 이 같은 인간적 완벽성과 충성심이 아름다운 사랑의 조화를 힘들게 하고 파괴하는 모습들이 현실적 삶 속에는 얼마든지 존재하며 또 이런 인간성들이 사회적 출세를 하는 것은 동서고금의 인간사 이다.
선과 악을 주고받는 삶 속에서 선을 지향하여 조화를 이루는 현실이 우리들의 삶이어야 하는데 현실은 온통 악의 우위가 활개를 친다.
눈부시도록 비추어 주는 자연의 빛 속에는 분명히 생명의 빛이 있을 것이다. 이 빛을 발 견 하는 지혜가 미래를 보는 직관력이요 어둠을 이기는 능력이다.
어둠을 이기는 빛의 힘은 강해야 한다. 크리스천은 어둠을 이기려는 지혜의 직관력을 밝힐 줄 아는 능력으로 주위의 눈과 귀를 밝히고 마음을 열게 해야 한다. 선으로 조화된 아름다움을 보게 하고, 사랑의 하모니를 이루는 이웃이 되게 하고 즐거운 삶을 살게 해야 한다.
이제 진정한 조화와 화음을 듣고 보고 싶다. 그리고 진정한 조화와 화음을 이루어 내는 참 신앙인의 인격을 갖춘 크리스천을 만나고 싶다. 정묵 (正 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