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리사‘ 할머니
새벽과 밤으로 하는 일이 있습니다. 저희 집에 함께 사는 ‘뿌’라는 미니 푸들 믹스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몇 년을 보채어 강아지를 사달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어렸을 적, 집에서 많은 개를 키워본 경험이 있습니다. 물론 저의 부모님이 기르신 것이지만 말입니다. 진돗개, 스피츠, 치와와, 쉐퍼드 등등... 좋은 추억들이 많지만 이별의 아픔을 알기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결국 제가 지고 말았습니다. 최후의 아이들과의 협상 조건은 아침, 저녁으로 대소변을 잘 처리하도록 아이들 스스로 돕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흔쾌히 협상에 성공했습니다(그러나, 성도 여러분들이 이정도 상황이라면 다 예상하실 수 있듯이 그 약속은 며칠가지 않았습니다).
아내와 이곳 저곳을 많이 다녔습니다. 팻 샾부터 쉘터까지 여러 번 방문하고 여러 가지 조건을 알아 보았습니다. 재정도 많이 들었습니다. 결국 한 쉘터에서 현재의 ‘뿌’를 입양하였습니다. 참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최근에 ‘뿌’ 덕분에 백인 할머니 한 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리사’입니다. 어느 날 아침 산책을 나갔습니다. 동네 코너에 백발을 길게 늘어뜨린 할머니 한 분이 서 계셨습니다. 그런데 저희를 보고는 너무나 반가와 하셨습니다. 사실은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할머니의 외적 모습이 무엇인가 경계심을 가지게 하는 모습과 표정이었기 때문입니다.
저희 집 ‘뿌’가 너무 예쁘다고 달려 와서는 쓰담아 주시고 이내 저의 손을 덮썩 잡고는 “고맙다, 고맙다”라는 말을 연발하셨습니다. 저는 영문을 몰랐고 당황하고 불안하였습니다. 눈물을 흘리며 말씀하십니다. “너무 외로워, 너무 외로워~~~” 이상하게도 저의 모든 경계심이 허물어지고, 이 할머니 참 외로운 분이구나 하면서, 제 안에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 흘러 넘쳤습니다.
그리고 함께 걷지 않겠느냐고 제가 제안을 했습니다. 리사 할머니는 반가운 얼굴로 그러겠다고 하셨습니다. 몇 가지 궁금한 점을 여쭈었습니다. 결혼을 하지 않으셔서 자녀가 없었습니다. 저희 집 바로 오른편에 있는 시니어 아파트에 사셨습니다. 친절하게 자신이 사시는 아파트의 발코니를 알려 주셨습니다. 자세히 보니 젊었을 때 참 미인이셨을 것 같아 보였습니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자신을 고아원에 버렸다고 합니다. 이것을 안 외할머니가 자신을 찾아 오셔서 할머니의 집에서 거의 평생을 함께 생활하셨답니다. 그 할머니가 90 몇 세가 될 때까지(정확한 나이를 기억하지 못하셨습니다) 그 할머니와 사셨다고 합니다. 그녀의 어머니가 자신을 버린 이유는, 자신이 너무 못생겼기 때문에 그랬다고 나중에 다시 만난 친어머니가 그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말을 아직도 굳게 믿고 있는 리사 할머니의 마음을 보며 울컥하였습니다.
“할머니 당신은 이 세상 누구보다 귀한 보배로운 사람입니다. 하나님이 그것을 잘 아세요... 교회 가 보신적 있으세요?” 물었습니다. 같은 아파트에 사시는 다른 할머니들 따라 가보셨답니다. 그런데 주일마다 꼭 정장을 차려 입으라고 하는 것이 마음에 안드셨던 모양입니다. 그리고는 저희 교회에 대해 물으십니다. “당신이 나가는 교회에 가보고 싶군요...”, “네, 할머니~, 다음에 기회가 되면 모실께요” 응답해 드렸습니다.
종종 밤에 리사 할머니의 발코니를 ‘뿌’와 함께 스쳐 지나가며 보게 됩니다. 어떤 날은 일찍 불이 켜져 있습니다. 어떤 날은 일찍 꺼져 있습니다. 괜한 걱정을 하게 됩니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니겠지?“ 리사 할머니가 주님을 알게 되기를 두 손 모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