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는 사랑을 싣고
미국에서 지상파로 한국 방송을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KBS 방송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아주 반가웠습니다. 제가 유년기에 보았던 방송 프로그램이 아직도 방영되고 있었습니다. 신기했습니다. 유명인이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을 재회하는 형식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방송국에서 만남을 가졌는데 이번에 본 것은 그 사람을 직접 찾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살았던 곳을 찾아가며 추억을 회상하고, 인생의 에피소드를 나누는 것이 여느 휴먼 다큐멘트리 만큼 감동적이었습니다. 공감할 수 있는 시대상과 저의 지난 추억을 소환하여 주기에 거의 잊어버린 기억을 떠올리며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제가 본 이야기는 개그우먼 이성미 씨의 이야기였습니다. 항상 반짝이는 재치와 입담으로 웃음을 주는 공인이었지만 유년기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두 번이나 새어머니와 생활하는 가운데 많이 우울하고 방황하는 시기를 지낸 것을 말했습니다. 가슴이 찡했습니다. 그분이 지낸 청소년기는 반듯한 학생으로 학교에서 알려졌지만 어머니의 부재를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였다고 합니다.
그녀가 찾고자 하는 지인은 고등학교 친구였습니다. 유일하게 자신의 아픔을 나누는 한 친구였습니다. 언제나 외로울 때면 찾아가고 이야기하고 함께 밥을 먹는 사이였다고 합니다. 그 친구를 찾아가며 지난 과거의 아픔을 나누던 그녀가 한 마디를 합니다. “아픈 것도 추억이다” 아픔을 잊을 정도로 행복해지니 그 아픔이 추억이 되더라는 것입니다. 아픔을 이야기 하는 것은 그것을 극복할 힘이 생긴 것이지요.
그렇게 삶을 나누는 끝에 그리워하던 친구를 만납니다. 두 분이 부둥켜안고 울었습니다. 서로를 찾지 못한 세월을 미안해하며, 눈물을 훔치며 나누는 눈빛 속에서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아껴주고 언덕과 같이 등대와 같이 서로를 의지하고 품어 주었던 그 속 깊은 우정이 저에게도 전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성미 씨가 한 마디를 합니다. “친구야, 너의 엄마가 차려 주신 밥상을 잊을 수가 없다” 외롭고 힘들었던 시간, 친구의 집에 갔을 때 친구의 어머니가 차려 내어 주신 밥상에 얼마나 만감이 교차 하였을까요? 그 한 마디에 저의 마음이 울컥 했습니다...
저에게 복음을 전해 준 친구가 떠올랐습니다. 국민학교(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친구입니다. 친구의 어머니는 언제나 간식을 챙겨 주시고 친구 삼형제와 놀기에 바쁜 저를 알뜰살뜰 챙겨주시고 아들처럼 대해 주셨습니다. 그 후 친구의 어머니의 눈물의 기도는, 제가 고 3때 주님을 인격적으로 영접하며 구원 받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목회자가 되고 선교사가 되는 열매로 이어집니다. 오늘도 새벽마다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 어머니의 기도가 있음을 기억하며 캐나다에 정착한 친구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고맙다 친구야..” 전화라도 하고 싶은데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 말이 생뚱 맞게 들릴 것 같았습니다. 잠잠히 떠오르는 이들이 많습니다. 나는 무엇을 통해 사랑을 싣고 갈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