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요즘 본훼퍼 목사님이 지은 시로 작곡된 ‘선한 능력으로’라는 찬양이 많이 불리워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히 나치 시대에 목사로서 고뇌하며 사역했던 본훼퍼 목사님의 삶이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목사님의 ‘나는 누구인가?’라는 시는 유명합니다.
그가 처형을 당하기 전 몇 주 전에 쓰여진 시의 제목이 ‘나는 누구인가?’입니다. 그 시에서 다른 사람에게 비추어지고 평가 받는 나와, 너무나 평범한 인간인 자신 사이의 간극 속에서 내적 갈등을 진술합니다.
감옥 생활 중에 믿음으로 당당하게 행하였던 본훼퍼 목사님의 평소 모습을 보고 ‘마치 영주가 방에서 나오는 것 같다’라고 간수들이 이야기 하고 평가 하는 구절이 나옵니다. 그러나 그의 속내에서는 그저 평범하게 따뜻한 차 한 잔과 감옥 밖의 작은 새들의 지저귐을 그리워하는 연약한 자신을 고백합니다.
나 스스로가 인식하는 ‘내’가 있습니다. 나 스스로의 사고와 경험과 선택의 연속 속에서 형성된 내가 있습니다. 사고의 길과 감정의 선이 있습니다. 타고난 성품도 있습니다.
나는 홀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나는 수 많은 다른 나 들과 공존합니다. 그 공존 속에서 나는 나를 형성하기도 하고 비추어 지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이 알아가는 내가 있습니다. 수 많은 나들이 존재하는 공동체 속에서 주어진 역할을 감당하는 내가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아는 내가 있습니다. 내가 아는 내가 아닐 수 있습니다. 때로는 놀랍니다. 맞는 것도 있고 틀린 것도 있습니다. 내가 아는 나와 다른 사람이 아는 내가 다를 때가 있습니다. 어떨 때는 가슴이 아프고 무너질 때가 있습니다. 어떤 때는 내가 모르는 나를 아는 기쁨도 있습니다. 소극적이 되기도 하고 방어적이 되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평가하고 판단하고 분석합니다. 그 기준은 또 다른 타자로서 나입니다. 담임목사가 되고 나니 그 역할에 맞는 행동과 판단을 해야 합니다. 저의 직임에 맞게 또 다른 ‘내’가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내 속에서 흘러 나는 소리가 있습니다. 거짓된 ‘나’를 만들고 싶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직임에 맞게 나를 만들어 거짓 포장하고 싶지 않습니다. 직임에 맞게 최선을 다하는 것을 포기하겠다는 고집스런 항변이 아닙니다. 그럴 듯하게 포장하고 속이며 목사다운 척 함으로 목사 다운 사람이라고 인정 받으려 하지 않고 싶습니다. 그저 ‘나’ 로서 목사다운 목사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