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인생을 ‘나그네’라는 은유로 많이 표현합니다. 어릴 적, ‘인생은 나그네 길...’ 저의 아버지께서 종종 부르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저희 집에 아버지의 친구 분들이 오셔서 어머니가 큰 상을 거하게 차리시고는, 마련한 음식을 드시며, 술을 한 잔 한 잔 나누시고는 구성진 한국의 전통 가요를 부르시곤 하셨습니다. 저의 아버지의 18번은 ‘문패도 번지수도 없는 주막...’이라는 노래였습니다. 어려서 아버지 어머니를 잃고 자수성가하신 아버지의 삶이 묻어나는 노래인 것을 늦둥이 아들은 한참 뒤에야 알 수 있었습니다.
나그네라는 하는 주제는 인생이라는 커다란 숙제에서도 중요한 주제이지만, 성경을 보니 나그네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한 것을 어렵지 않게 발견하게 됩니다. 2003년부터 자발적인 것인지, 하나님의 명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헌신한 이후로 저와 저희 가족도 나그네의 삶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그네의 삶을 넘어서서 고향을 등지고 이제는 전혀 낯선 땅에 정착을 시도하는 ‘이민자’가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너희가 나그네 되었던 것을 잊지 말고, 나그네를 잘 대접하라”고 명령하십니다. 모든 인생이 이 땅에 잠시 머무는 것이니 결국은 나그네이기에 결국 우리는 모든 타인에게 선대해야 할 입장입니다. ‘서로 사랑하라’는 하나님의 황금률에 합당한 근거임을 깨닫게 됩니다.
문득 성경 속에서 발견하는 이민자들의 이야기 속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저와 우리 성도들의 삶을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한창 로마서를 지나 예레미야를 묵상하는데 자꾸만 ‘이민자’된 그들의 환경과 상황이 마음에 부딛혀 왔습니다. 2주전부터 설교를 놓고 기도하는 중에 고민이 생겼습니다.
새롭게 목회를 시작하면서 주제 설교를 하다 보니, 말씀을 주제에 맞게 선택하다 보니, 마치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내는 것 같은 염려 때문에 시작한 요한복음을 잠시 멈추어야 할 것 같아서 걱정이 되었습니다. ‘하나님 나라’에 대한 바른 인식이 오늘의 삶을 살아가는 성도의 정체성과 교회의 정체성에 중요함을 인식하고 시작한 설교가 너무 저 자신의 생각이 앞서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성찰로 멈추어 섰었습니다. 다시금 믿음에 대해 재조명하기 위해 본문이 말씀하심을 따라 말씀에 집중하고자 하는 시도를 하는데 문득 멈추어 서게 되는 이 상황을 놓고 한참을 씨름하였습니다. 결국 마음을 정하였습니다.
이제껏 다루어보지 않은 설교입니다. 새롭게 시도합니다. 믿음의 이민자 선진들의 삶을 통전적으로 조명하고 관찰하고 재해석하며 우리의 삶에 적용해 보고자 합니다. 용기가 필요합니다. 기도가 필요합니다. 하나님으로부터 온 생각을 붙잡는 것이 되기를 바랍니다. 용기를 잃으면 다시금 요한복음으로 돌아갈려고 합니다. 아브라함, 모세, 다윗, 에스라, 느헤미야. 등등 유명한 성경의 인물들을 이민자의 관점에서 만나보려 합니다. 기도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