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감
몽골에서 선교사 한 가정이 새로이 와서 초대를 받아 체육관에 가서 익숙하지 않은 베드민턴을 친 적이 있습니다. 후에 이 분은 아주 유명해 지셨습니다. 온 세계를 다니며 설교를 하고 몇 권의 책을 쓰셨습니다. ‘내려 놓음’이란 책을 쓰신 선교사님이십니다. 여러분도 잘 아실 것입니다. 제가 2007년에 미국 와서도 몽골 선교사라고 소개를 하면 “이용규 선교사님 아세요?” 라고 하는 질문을 수 없이 받았습니다.
기독교계에서도 웬만큼 사역에 공헌을 하면 책을 쓰게 됩니다. 이것이 요즘은 성공하는 목회자 혹은 사역자의 하나의 과정이라고 여겨질 정도입니다. 그 책으로 사역에 탄력을 받게 되기도 합니다. 기독교 출판계에서도 지은이를 선택하는 기준들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흥행성입니다. 출판사도 책을 팔아 이윤을 남겨야 하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하는 일이니 나무랄게 무엇이 있겠습니다. 그런데 유감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하버드대 나오셔서 명예와 성공의 기회가 남다른데 하나님의 인도를 믿음으로 받아 들여 극한의 몽골에 가셔서 사역하시게 된 것 감사하고 타의 모범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런데 당시 몽골에 계신 주위 선교사님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 없었습니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세상 기준에 작은 것을 포기하고 헌신한 선교사들이 되기에, 사람들이 주목할 만한 대상이 안 되는지 몰라도, 책을 써도 몇 권을 쓰실 만한 분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몽골 교회의 발전에 자신을 드린 분들이 한 두 분이 아니며, 그들이 가진 헌신의 스토리는 해와 같이 빛날 그런 것들이었습니다. ‘과연 그분들이 선교사로 헌신하며 포기한 것이 하버드대학의 학위와 이후에 있을 명성과 비교될 수 있는 것일까?’
도대체 우리가 은혜 받는 다는 것이 무엇일까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 사건입니다. 이러한 반응들을 뭐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느냐 하실 수 있습니다. “나라면 포기하지 못했을텐데...” “ 하버드대까지 졸업하신 분이...모든 것을 포기하고 선교사로 가시다니 대단하시다...” 등등의 반응들을 보면서, 우리가 가진 선입견, 편견, 세상 가치관이 교회 공동체 안에 작용하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믿음의 삶은 상황에 대한 재해석이라고 평소에 생각합니다.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 하나님의 역사와 흔적을 발견하고 믿음의 생각과 행동과 결단으로 살아가는 것이 현재의 믿음 생활에서 중요하다고 믿고 삽니다.
유감입니다. 아니 저는 두렵습니다. 우리의 평가 기준이 잘못되면 상황을 재해석하고 우리가 믿음으로 반응하고 실천해야할 기독교 가치에 손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복음을 증거하는 것에 실패하게 됩니다. 적지 않은 경험이 그것을 증명합니다.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성공, 은혜, 헌신, 사랑, 겸손, 믿음의 기준점이 잘못되면 그야말로 모래에 집을 짓는 격이 됩니다. 저는 그런 것이 아주 두렵습니다. 목회자로서 그러한 잘못된 가치관, 세상적 세계관과 싸워야 하는 것이 힘겹게 다가올 때가 너무나 많았습니다.
고2때부터 교회를 다니기 시작한 저로서 교회 공동체에 대한 고민은 남달랐습니다. 성경 말씀에 대한 저의 반응도 아주 심각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에게 있어서는 그렇게 살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의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어린아이의 눈에도 교회 안에 왜곡된 모습들을 발견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왜 초대교회와 같은 공동체는 21세기에는 발견하기 힘들다고 하는 것일까요? “오늘날 교회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교회가 세상 속에 있다는 것이 아니라 교회 안에 세상이 있다는 것이다.”(David L. Larsen) 라는 말을 우리는 면밀히 살피고 성찰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