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날
아버지의 날은 아직도 생소합니다. 몽골에 가니 여성의 날이 있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아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어린 아이부터 나이 많으신 분들까지 여성을 축하해 주는 날이었습니다.
미국에 오니 어버이의 날이 아닌 어머니의 날, 아버지의 날이 분리되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특정한 날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보다 평소에 잘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어 축하를 하고 선물을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편이라 큰 감동 없이, 이벤트 없이 지내는 편입니다. 그러면서 소신과는 달리 평소에도 잘 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그때는 아버지를 여읜 슬픔이 더 컸었습니다. 첫째 아들 준혁이가 이 세상에 태어난 날 가장 생각나는 분이 아버지였습니다. ‘아버지가 살아 계셔서 이 아이를 보신다면 얼마나 기뻐하셨을까?...’. 기뻐하실 뿐만 아니라 크게 한 턱 내셨을 것입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아버지에 대한 회상과 아버지의 역할에 대한 생각이 변화됩니다. 어렸을 때는 나 위주로 아버지에 대한 기대와 섭섭함, 생각, 감정들이 자리 잡곤 했습니다. 결혼하고 아버지가 되니 아버지로서 나 자신이 낯설고 어설픈 것이 많았습니다.
부성이란 것이 본능적인 것도 있지만 학습되어야 하는 것이 많은 것을 한참 뒤에야 알았습니다. 아버지 되기, 남편 되기는 쉬운 것이 아니며, 배움의 마음이 있어야 하며, 의지적인 결단이 또한 필요한 어려운 것이 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이제는 아이들이 커가니 대소사가 있을 때마다 아버지에 대한 생각이 더 나게 됩니다. 살다보면 숨이 턱하고 막히는 일을 당합니다. 어디 가서 하소연하고 싶고, 답답한 마음을 내려놓고 싶은 때가 있습니다. 작은 언덕과 같이, 나를 품어주고 쓰다듬어 주시며 무한 사랑으로 나를 자랑스러워 해 주시던 아버지의 품과 미소가 그리워집니다.
성경에도 스승의 역할을 하는 이는 많은데 아버지의 마음을 가지고 아버지의 역할을 해 주는 이들이 드물다고 말합니다. 스승이 되려는 것은 어쩌면 쉽습니다. 그러나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많은 사랑과 인내가 없이는 어려운 것임을 터득해 갑니다. 아버지가 그립기도 하지만, 나 자신이 올바른 아버지가 되어야 함을 깨달으며 마음의 옷깃을 여미게 되는 날입니다. 이런 날이 싫기도 하고 좋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