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란다(Jacaranda)의 꽃잎이 흩날리는 날
남가주에는 5월이면, 오월의 신부처럼 보라색 꽃으로 가는 곳마다 7월 초까지, 보랏빛 향연으로 물이 듭니다. 미국 온지 얼마 되지 않아 모든 것이 낯선 때에는 이 나무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이 나무, 이 꽃잎을 보는 것이 반갑고 마음에 행복을 느끼게 합니다. 어느 날은 동네에 주차한 차 위에 보라색 꽃잎이 눈처럼 내려 앉아 있습니다. "자카란다"(Jacaranda)의 계절이 찾아와 지나가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벚꽃이라 불리는, 케냐의 국화인 "자카란다"의 꽃말의 뜻은 "화사한 행복"이라 합니다. 아프리카 대륙에 메마름 속에서 이 나무가 주는 감흥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어릴 적 클로버 중에 흔치 않은 네잎 클로버를 찾으면, 행운이 주어진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래도 그때는 주변에 지금처럼 아스팔트 천지가 아닌지라 종종 야외에 나가면 네잎 클로버 찾기 놀이(?)를 했습니다. 누님이 읽던 책 중에는 종종 책갈피 속에 네잎 클로버가 있었습니다. 저 역시 어린 나이에도 행운을 동경했던 모양입니다. 어느 날 카톡 메시지가 전해졌습니다. “그땐, 몰랐어요.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의 뜻이 ’행복‘인 것을... ’행운‘을 찾기 위하여 ’행복‘을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던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한 노 목사님이 고신 목회자 그룹 카톡에 올려 주셨습니다.
금요일 아침 한 분의 장례식에 참석하였습니다. 부목사로 사역하였던 오렌지 가나안 장로교회 고 손석길 집사님의 장례식이었습니다. 지난 토요일 저녁 아드님 손경덕 집사님이 전화를 주셨습니다. 다급한 목소리였습니다. “아버님이 돌아가셨어요!!!” 너무나 놀랐고 충격이었습니다. 85세 이셨지만 너무나 건강하신 분이셨습니다. 항상 가족을 돌보고, 대가족 손주들까지 품어주시고, 아내이신 손 권사님의 비서와 같이 모든 일을 도맡아 섬기실 뿐 아니라, 한인회 모임에도 기여하시고 앞장서시는 삶을 사셨습니다. 2019년 이 되어서는 전화를 주셔서 “목사님, 갈비탕 한 그릇 해야지요~” 전화를 주셨습니다. 그러나 결국 집사님과 갈비탕을 먹지 못하였습니다.
저는 그 집사님을 마음으로 존경하였습니다. 정말 험난한 시대에 태어나셔서 가정을 꾸리시고, 본인이 몸소 험한 일을 겪으시며 미국에서 신분을 해결하시고 가족들 하나하나를 부르셔서 미국에 정착하게 하셨습니다. 외적으로 보기에 세상에서 흔한 기준으로 여기는 것들로 그분의 삶을 재어 보자면 내세울 것이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분의 삶은 아버지로서 가장으로 남편으로서 저는 최고의 존경을 표하고 싶습니다.
이 땅에서의 삶의 흔적과 열매는 남습니다. 그분의 삶은 나눔과 사랑과 겸손을 웅변합니다. 장례식장에 가서 아내 되시는 분들의 눈물과 통곡을 보고 들어보았지만 손 권사님의 슬픔과 통곡을 헤아리기 어렵지 않았습니다. 너무나 갑자기 하나님 곁으로 가셨기 때문입니다. 하관예배에 갔습니다. 아무래도 많은 분들이 오지 않는 시간인 것 같아서 그 자리를 지켜 드리고 싶었습니다. 별다른 위로도 전해 드리지 못했습니다. 보랏 빛깔은 부활을 상징합니다. 식당으로 가는 시간 주차장에 잠시 서 있었습니다. 차위에 보랏잎들이 내려 앉아 있었습니다.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그 보랏빛 꽆임의 아름다움도, 남은 자로서의 슬픔도,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가슴 답담함도 그리스도 예수의 십자가 사랑과 부활의 소망으로, 하늘 아버지 곁에 가셔서 쉬고 계실 집사님이 이 땅에 남긴 사랑과 나눔의 흔적들과 어우러져 내 마음이 흠뻑 젖었습니다. 집사님처럼 이 땅에 ’행복‘을 남기는 삶을 그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