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t
봄의 끝자락인 것 같습니다. 풍성한 겨울비로 캘리포니아의 산야는 온통 푸른 잔디와 형형색색의 꽃들로 물들어 있습니다. 하루는 길을 걷다가 이름 모를 선인장과의 꽃이 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먼저 시든 부분에는 과실이 맺혀 있었습니다. 볼품없는 선인장조차 화려하게 꽃을 피워내는데 그 꽃은 그 열매를 위함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곳저곳 정원사들이 열심히 가꾸어 놓은 곳들마다 잠시 잠깐 아름다운 자태로 꽃을 피우고는 사라지는 모습이 너무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그 화려한 모습으로 인해, 그 꽃의 소명을 저는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 꽃은 그 선인장의 다음 해를 위해 Reset 되고 있었습니다.
요즘은 스마트 폰이 많이 보급되어 있습니다. 한동안 예전에 섬기던 교회 어르신들이 스마트 폰에 문제가 생기면 도움을 많이 요청하셨습니다. 교회에서 스마트 폰 사용법 강의를 한 적이 있었는데 요즘 말로 대박이었습니다. 그만큼 많이 사용하시고 관심이 많으셨던 것입니다. 이제는 어르신들이 스마트 폰을 저보다 더 잘 사용하시는 것 같습니다.
스마튼 폰을 사용하다 보면 종종 먹통이 될 때가 있습니다. 최후의 선택은 Reset입니다. 오랫동안 최선을 다해 제 기능을 다 하던 폰이 부하가 걸리게 되는데 새롭게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Reset 버튼을 눌러야 합니다. 그러면 스마트폰이 작동하기 위해 각종 장치에 걸려 있던 무게들이 가볍게 되어 다시 제 기능을 수행하게 됩니다.
저의 인생에도 Reset이 필요한 순간들이 참 많았던 것을 떠올리게 됩니다. 예수님을 만난 것은 그 중에 가장 기본적인 것이 됩니다. 이전과는 다른 인간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Reset 되었습니다. 예수님을 영접한 후, 교회에서 선교단체에서 열심히 훈련 받았습니다. 모교회에서는 참 좋은 교역자님들이 거쳐 가시며, 80년대 후반부터 사회적 이슈와 신학적 이슈가 되는 부분들을 진지하게 다루어 주셨기에, 차근차근 믿음으로 극복하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 때 배운 많은 것들이 전임 사역자로 섬기는 기반이 되는 것은 그 가르침들이 참으로 귀하였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언제나 삶에서 막히고 사역에서 부하가 걸리며 제대로 작동 되지 않을 때 그 당시에 배운 주제들을 되돌아봅니다. 잠잠히 하나님 앞에 머물러 보고, 하나님의 관점에서 저와 주변을 살펴보는 것은 효과가 있습니다. 대개의 경우 그 순간마다 항상 배우게[ 되는 것을 내 안에 내려놓아야 할 것이 많다는 것입니다. 경험, 지식, 인생의 깨달음, 신학적 사고, 목회철학, 선교사로 삶, 이런 것들이 다 부질없어 질 때가 있습니다. 나의 한계로 인한 것도 있지만, 주변 상황에 따라 그런 경우도 있습니다. 이유야 어떻든지 간에 다 내려놓아야 합니다.
하나님을 따르는 삶 가운데 꽃을 피우는 것 같은 일들이 많습니다. ‘아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꽃 피우는 것을 추구하게 됩니다. 하나님을 위해 한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깨닫게 된 것은 하나님이 종국적으로 원하시는 것이 그것이 아닌 것임을 발견할 때가 더 많습니다.
내 삶의 목적은 꽃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 열매 맺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기꺼이 시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의 최종 목적이 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열매 맺기 위해 내 안에 있는 모든 것을 기꺼이 Reset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새로운 미래를 맞이할 채비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의 생각, 감정, 지식, 경험의 Reset 버튼을 눌러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