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사람들
우리는 이 세상에서 믿음으로 살아 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잘 압니다. 어떤 때는 믿음의 일체의 비결을 배우는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을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너무나 작고 시시한 문제들로 그만 무너질 때가 많습니다. 충만한 믿음, 헌신, 기대와 소망, 결단은 안개처럼 사라지고 초라한 나의 모습을 직면해야 하는 순간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그 정도에 우리가 멈추어 있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십니다. 때로는 기도의 자리에서 만나주십니다. 신음하며 고통하는 나의 소리에 귀 기울이시고 문득 깨달음을 주시고 위로를 주실 때가 있습니다. 무심코 펴든 신앙 서적 가운데 생각의 길, 믿음의 마음 길을 열어 주시기도 합니다. 말씀 앞에 갈급함으로 나갈 때 하나님의 관점에서 나의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 주심을 깨닫게 하시고 새롭게 겸허히 엎드리고 새출발하게 하십니다. 주님이 말씀하시면 game over입니다.
2007년 가을, 갑자기 이 땅에 오게 되었습니다. 4년 여간 몽골 선교 사역으로 지쳐 있었지만 유학생으로서 새로운 삶이 펼쳐지는 마당에, 스스로와 가족을 돌볼 여력도 없이 정착하는데 오롯이 집중되는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때에, 한의사 한 분을 소개 받았습니다.
아내도 저도 치료가 필요하였지만 병원 가기가 쉽지 않은 터에 그리스도인 한의사는 융통성 있게 치료해 주실 수 있는 환경인지라, 먼저 오셨던 몽골 선교사님이 이제 다시 임지로 복귀하는 마당에 한 분 한의사를 소개해 주신 것입니다.
침을 맞았습니다. 선교지에서 있었던 어려움들, 내적 외적 육적으로 고단하고 막혀 있던 것들이 대화와 치료와 함께 풀려져 갔습니다. 한의를 좀처럼 대하지 못한 제한적 경험으로 인해 참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그 한의사께서는 독특한 사명을 가지고 나누어 주셨습니다. 선교를 위해 한의를 사용하고 싶어 하시고 헌신하고 계셨습니다. 단순히 단기 선교로 한방 사역을 하는 그 이상의 소명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소명(召命), 곧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것입니다. 모든 수고를 정리하고 은퇴하실 나이가 되었는데, 그동안의 수고에 대한 보상으로 가진 것 다 누리시며 여가를 즐기시면 되는데 그러지 않으셨습니다. 새로운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한의사를 양성하고, 선교사로 파송하는 일에 자신이 가진 모든 자원을 쏟아 부으려고 하시는 출발선상에 있으셨습니다. 그야말로 광야에 사막에 길을 내시고 꽃을 피우시는 하나님에 대한 꿈을 꾸고 꿈 꿀뿐만이 아니라, 과부의 두 렙돈을 드림과 같은 헌신을 하고 계셨습니다.
한 선배 선교사님이 최근에 사역을 마무리하시고 미국에 들어오셨습니다. 사모님이 한의에 관심이 있으셔서 소개드리고자 오랜만에 연락드리고 만나 뵈었습니다. 지난 십 여년간 하나님이 하신 일들을 간증해 주셨습니다. 저의 마음조차도 뜨거워졌습니다. 어느 현지에서 섬기는 선교사님 못지않게 이 땅에서 하나님의 소명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신 이야기는 천국에서 대서특필 감입니다.
믿음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법이 있음을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과연 하나님 나라에서 큰 자가 누구인지 ‘주의 말씀이 옳습니다’... 깊이 동의하게 됩니다. 오늘날도 말씀하시는 하나님, 자신의 일을 친히 이루시는 하나님의 역사는 믿음의 사람들을 통해 계속 이어져 가고 있습니다. 마라나타!!!